속임수의 심리학 -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김영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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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소개드릴 책은 <속임수의 심리학>. 그러니까 심리학 관련 서적도 트렌드가 바뀌고 있어요. 좋은 쪽으로. 그러니까 심리학이라고 하면 관련 용어들을 정리하고 사례들을 제시하는 일종의 입문서의 형태가 대부분이었지요. 다만 최근에 출간되는 심리학 서적들은 그것들의 비효용을 체감했는지, 어느 정도 미시적으로 심리일반을 들여다보는 책들이 늘어나게 됩니다. 살인의 심리학, 복수의 심리학, 그리고 오늘 소개드릴 속임수의 심리학까지....

 

 

 

2.

 

저는 이런 종류의 심리학 서적을 좋아해요. 다만 오늘 소개드릴 책은 조금 특이합니다. 바로 저자가 정신의학과 관련된 의사나 심리학자가 아니라는 점에서요. 저자의 이름은 김영헌. 검찰 수사관으로 25년 동안 각종 사기 사건을 수사해왔다고 하지요. 그러니까 시작부터 다른 심리학 책들과는 다른 겁니다. 관점이나 책의 방향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어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욕망신뢰’, 그리고 불안을 악용해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 속이는 자의 심리’, 자기도 모르게 말이 안 되는 이야기에 걸려들게 되는 속는 자의 심리를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있었던 생생한 사례를 통해 파헤칩니다. 이러한 사례들의 마련은 이 책이 가지는 가장 강력한 장점입니다.

 

 

 

 

 

 

3.

저 민정인데요. 예전에 통화한. 잘 모르시겠어요? 그럼 사진 하나 보내드릴까요?’

광고 카피가 아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인 2006년부터 2007년 사이, 역사상 단시간 내 가장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속인 문자메시지 내용이다. 무차별적으로 뿌려진 한 통의 문자메시지에 무려 40만 명이 확인 버튼을 눌렀다. 확인 버튼을 누르면 갑자기 이상한 사진이 뜬다. 속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바로 취소 버튼을 눌렀고, 그 일은 그렇게 지나가는 듯했다. 하지만 한 달 뒤 휴대전화 청구서에는 정보 이용료 2,990원이 찍혀 있었다. 3,000원 미만 소액 결제의 경우 인증 번호가 필요 없다는 허점을 이용한 범죄였다. 이 사건에서 피의자는 문자메시지 하나로 10억 원이 넘는 거금을 챙겼다.....

이처럼 책의 문체는 굉장히 쉽습니다. 가독성이 상당히 좋아요. 사례를 소개하는 방식이라 얼마간 소설을 읽는 느낌으로 속임수라는 인간 심리일반을 파악할 수 있게 돼요. 이쯤 되면 이 책의 장점과 단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도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단순한 결론을 내리진 않습니다. 대신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이 판단하게 하죠. 그러니까 효용적인 측면에서 확실히 실리 있는 책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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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 구조 교과서 - 날씨 예측에서 기상청을 이기는 눈 · 비 · 구름 · 바람 기후 메커니즘 해설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후루카와 다케히코 & 오키 하야토 지음, 신찬 옮김 / 보누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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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소개드릴 책은 일본인 저자 둘의 <기상 구조 교과서>. 우선 얇은 책입니다게다가 도표와 사진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기에 페이지가 술술 잘 넘어가는 책이에요그럼에도 '기상'이라는 테마는 쉽지 않은 주제입니다많은 분들이 기상청의 예측불가능성에 대해 개탄을 하고 있는 실정인데요사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 무궁무진한 세계를 이만큼이나 예측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찬사를 하게 될 지도....

 

2.

쉽게 말해 장마태풍무더위호우 등 여러 대기 현상의 발생 원인을 파헤치는 기상 과학 교양서입니다나아가 기후 메커니즘을 철저히 파악할 수 있도록 원론적인 설명을 담고 있습니다일기도와 기상 사진을 분석하고 날씨를 예측하는 능력을 직접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줄 책이에요포함된 사진만 100여장이 넘기 때문에 얼마간 직관적으로 기상현상들을 이해하기에 좋습니다.

저기압과 고기압은 무엇이고왜 생기게 되는가구름은 어떻게 생길까책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대답들을 마련해두고 있고 기상청에서 보도하는 알 수 없는 용어들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비로소 알게 됩니다그러니까 한번쯤 봐두면 정말 써먹을 데가 많은 책이에요사실 기상보도라고 하면 내일 비가 오는지 정도가 궁금했지 그 원리나 이유같은 건 대부분 모르고 사는 것....

3.

 발달한 적란운은 시간당 50mm 이상의 매우 거센 비를 뿌립니다여기서 '시간당 50mm'라는 표현은 내리는 빗물을 바닥이 평평한 용기에 1시간 동안 받았을 때 그 깊이가 50mm라는 의미입니다시간당 50mm 이상은 대부분 재해 수준으로 폭포수처럼 비가 내립니다우산을 써도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이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상당히 원론적인 원리까지 파고들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열정이 있는 독자거나관련 배경이 있는 사람에게는 특별히 추천드리고 싶은 책이에요아니면 잠깐 훑어보아도 위같은 내용들을 알쓸신잡처럼 써먹을 수 있기도 하지요사실 시간당 50mm가 저런 의미인지그 규모가 어떤 것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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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잡학사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잘난 척 인문학
왕잉 지음, 오혜원 옮김 / 책이있는마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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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이있는마을' 출판사에서 출간되고 있는 시리즈입니다.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1000가지>로 유명한 이재운 저자가 필두로 선 <우리말 잡학사전>이 시작이었죠. 벌써 세번째 작품인데 슬슬 소개드릴 때가 된 것 같아요. 오늘 소개드릴 책은 철학이라는 거대한 테마를 한 권으로 들여다볼 책입니다.



2.

  어라. 그런데 저자가 중국인입니다. '왕잉'이라고 하는데요. 심지어 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으신 분인데요. 어딘가 묘하죠. 하지만 어디까지나 거시적인 철학사일반을 들여다보는 책이기 때문에 오히려 탁월할 수 있는 이력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자가 중국인이라는 점은 이 책이 다른 철학교양서적과 차이점을 확보하는 지점인데요. 그러니까 철학사라고 하면 칸트에서 쇼펜하우어에 이르기까지, 어디까지나 서양 철학사를 중심적으로 다루게 되잖아요. 이 책은 그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동양의 철학에도 충분한 분량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184쪽에서는 송명이학을 집대성한 왕양명, 죽림칠현, 이기이원론을 완성한 주희 등을 다루기도 해요. 순자나 공자는 말할 것도 없겠죠.




3.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특히 초장과 종장이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1장의 제목은 이렇습니다. '도대체 철학이 뭐지?'. 이처럼 철학일반을 나름대로 정의하고, 그 함의를 꼼꼼히 따져본 후에 철학사를 소개하는 식입니다. 목록만으로 방대해지는 철학사를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손끝으로 표피만 만져보는 느낌이지만 확실히 '알아주면 잘난 척 하기 딱 좋은' 기획이지요. 그럼 종장은 왜 중요한 것인가. 그러니까 7장은 철학 용어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잘난 척 하기 딱 좋도록, 독자 입장에서 쓰여진 책이라는 확실히 들어요. 사실 이런 용어들을 지면을 할애해 소개하자면 어딘가 저자 입장에서는 품위같은 것이 떨어질 수도 있거든요. 저자는 그런 건 전혀 개의치않고 오직 독자 입장에서, 잘난 척 하기 딱 좋도록 철학사 일반을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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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마음을 살린다 - 도시생활자가 일상에 자연을 담아야 하는 과학적 이유
플로렌스 윌리엄스 지음, 문희경 옮김, 신원섭 감수 / 더퀘스트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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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플로렌스 윌리엄스의 <자연이 마음을 살린다>입니다. 자연이랄지, 생태학이랄지, 이런 식의 화두는 어딘가 거대하고 엄숙하게 느껴지기에 많은 사람들에겐 오히려 회피하고픈 주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다루는 방식이나, 결론까지도 사실 누구나 알고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그토록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생태계는 현재 어떤가요. 아니면 굳이 알고 싶지 않으신가요. 우리는 5년 뒤의 경제에 관해서는 그토록 궁금해하면서도 500년 뒤의 생태계에 관해서는 발을 동동 구르지 않습니다. 사실 저도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겠지요. 오늘 소개드릴 책도 그렇습니다. "나는 숲의 정령이 되고 싶은 부류는 아니다."라고 본인을 소개하며 책은 시작합니다.

 

 

 

 

 

2.

 

책은 시종 문학적이기도 합니다. 저자가 저널리스트이기도 하고, 직접 연구에 참여하기도 하면서 관련 자료를 육화한 티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어요. 이를 테면 이런 문장들입니다.

 

나는 산을 갈망했다. 갈망은 상실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매우 파괴적이다.

 

'자연'을 정의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나는 오스카 와일드의 폭넓은 정의를 좋아한다. '요리하지 않은 새들이 날아다니는 곳.'

 

'우린 한심한 놈들의 식미지로 넘어갔어. 우린 우리를 식민지로 삼아줄 괜찮은 종족조차 찾지 못했어. 엿 같은 신세야. 맑은 공기를 아무리 마셔도 그건 달라지지 않아.'

 

 

다음 연구에서는 우울증이 없는 도시 거주자 38명에게 푸르 스탠퍼드디시나 교통량이 많은 엘카미노리얼에서 걷게 하고 전후에 그들을 뇌 영상 기법으로 촬영했다. 반추 측정 질문지도 작성하게 했다. 뇌 영상을 확인하자 자연에서 걷는 조건의 참가자들은 슬하전전두엽으로 가는 혈류량이 유의미하게 감소한 반면에 도시에서 걷는 조건의 참가자들은 전혀 감소하지 않았다. 반추 측정 질문지에서도 자연 조건 참가자들은 침울한 감정이 감소했지만 도시 조건 참가자들에게서는 감소하지 않았다....-p269”

 

 

그러니까 이러한 실험결과들이 곳곳에 깨알같이 소개됩니다. 위에 소개드린 연구결과는 이런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병실에서 창밖 풍경이 좋지 않을때, 자연풍광을 모니터 화면으로 띄우면 되지 않겠는가.

 

거기에 이러한 연구들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질문도 탁월하고 대답도 훌륭해요. 그러니까 어떤 풍경이 주로 내면에 몰두하는 마음가짐을 관장하는 뇌 회로를 잠재워서 기분을 좋게 만드는지, 그 기제에 관한 인과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이기 때문이에요.

 

어디까지나 과학적인 논증을 통해 저자는 얘기합니다. 자연경험은 도시 경험과는 확연히 다른 방식으로 반추에 영향을 끼친다고요.

 

 

 

 

 

3.

 

저는 생명과학을 전공했지만 생태학에 관한 일종의 동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확신하는 것이 있다면 앞으로 생태학은 우리가 훨씬 더 중요하고 각별하게 다뤄야 할 학제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분명히 그렇게 될 거예요. 왜냐하면 생태학은 우리와의 폭을 상당히 빠른 속도로 좁혀오고 있거든요. 책은 그런 내용을 경망스럽지 않게, 담담하게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호들갑을 떤다거나 경각심을 주지 않고도 어디까지나 사례에 입각해 독자들에게 울림을 줘요. 은은한 제목이 그러한 것들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번에 눈이 가는 책은 아니지만 표지부터 책의 컨텐츠까지 참 소중한 텍스트예요. 많은 분들께 간절히 권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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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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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같은 걸출한 작품들로 유명한 줄리언 반스의 신작입니다맨부커 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국내에서는 이미 팬층이 두텁지요줄리언 반스가 '사랑'이라는 테마를 전면에 내세운 소설은 처음인 것 같군요어디까지나 줄리언 반스의 세계관에서 사랑이라고 한다면...어디까지나 양념같은 것이지 메인디쉬는 아니었으니까요.

 

그렇다면 <연애의 기억>은 연애소설인가글쎄요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통속적이고 신파스러운 소설은 아닙니다우선 주인공의 연령대부터 국내정서와는 괴리가 있어요. 19세 청년과 48세 유부녀의 이야기거든요.

 

 

2.

 

그렇습니다어지간해서는 쉽게 감정이 이입되지 않아요문장들은 여전히 수려하기에 쉴 새 없이 페이지가 넘어가는 와중에 머리 속에서는 자꾸만 이상적인 이미지가 형성이 되거든요그러다가도 여주인공의 나이가 48세라는 데 생각이 미치게 되면 몇번이고 산산조각이 나요제 경우이건 얼마간 의도된 설정같기도 한데 확실히 국내정서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긴 해요후자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쳐도 작가가 의도했다는 것은 무슨 말이냐그러니까 줄리언 반스는 그 괴리감을 이용해 일종의 서스펜스를 만들어냅니다이를 테면 금지된 사랑같은 것이죠순탄한 사랑 이야기같은 걸 누가 보고 싶겠습니까....

 

 

 

 

3.

 

 

 

어쨌든 절대 잊지 마세요폴 도련님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는 걸모든 사람에게대실패로 끝났을 수도 있고흐지부지되었을 수도 있고아예 시작조차 못 했을 수도 있고다 마음속에만 있었을 수도 있지만그렇다고 해서 그게 진짜에서 멀어지는 건 아니야때로는그래서 더욱더 진짜가 되지때로는 어떤 쌍을 보면 서로 지독하게 따분해하는 것 같아그들에게 공통점이 있을 거라고는그들이 아직도 함께 사는 확실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어하지만 그들이 함께 사는 건 단지 습관이나 자기만족이나 관습이나 그런 것 때문이 아니야한때그들에게 사랑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야모두에게 있어그건 단 하나의 이야기야.”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꾸지람을 들은 기분이다.

수전에게 꾸지람을 들었다는 게 아니다인생에게 꾸지람을 들었다는 거다.“

 

 

 

 

 

 

3.

 

매력적인 두 주인공의 사랑을 아예 전면에 내세운 소설입니다작가는 스스로 납득되지 않는 설정을 해두고는 그걸 작가만의 문체와 능력으로 해체하고 있어요거기서 굉장히 울림 있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이야기는 결국 두 주인공의 사랑에서 시작해서 독자들의혹은 사랑이라는 관념 자체에 관한 이야기로 옮아가게 돼요그래서 줄리언 반스의 소설들이 넓게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마지막세번째 장에 이르면 이 단 하나의 기억은 유일하게 가치있는 하나의 사건으로 남게 됩니다이 소설이 수많은 연애소설 중에 유독 하나남을 여운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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