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거의 모든 것의 속도
밥 버먼 지음, 김종명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1.

  예문아카이브의 신간, <ZOOM 거의 모든 것의 속도>입니다. 과학 분야 책들은 늘 고루하다는 편견과 겨뤄야 할 운명일 테지만, 그러한 선입견을 멋지게 깨주는 책들도 종종 발견하게 돼요. 오늘 소개드릴 책이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뉴턴의 운동법칙이나 중력장에서의 포물선 운동같은 주제로 첫단추를 끼우는 책들은 어떤가요. 서문을 읽기도 전에 머리가 띵해올 겁니다. <ZOOM 거의 모든 것의 속도> (이하 ZOOM)의 경우, '속도'라는 주제를 단단히 설립한 다음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덧붙여 나가게 됩니다. 예컨대, 9장에서는  허리케인과 토네이도의 세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고요. 11장에서는 음식과 관련된 몸의 움직임을 얘기하게 됩니다. 그래요. 누구에게나 4교시 급식시간은 있었던 것이므로.....




2.

  저자소개를 잠깐 드려야 할 것 같아요. 밥 버먼은 메리마운트대학교에서 천문학 교수로 재직 중이고 과학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과학과 관련된 저술은 저널리스트의 글을 선호하고, 신뢰합니다. 비전공자들은 혹시 칼럼니스트들의 글은 전문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빌 브라이슨을 비롯해 사이먼 가필드, 혹은 메리 로치에 이르기까지, 생명과학을 전공으로 삼고 있는 제게 종을 울려 준 책들은 현직 교수들의 웅장하고 장엄한 저술들이 아니라 저널리스트들의 책들이었지요. 사족이 길었는데, 오늘 소개드릴 저자의 경우도 시종 흥미로운 문체와 탁월한 소재선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의 첫 문장은 이렇습니다 "폭풍은 무섭도록 거칠었다...."





3.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져 있어요. 1부는 기초편, 움직이는 것들 파악하기. 2부는 심화편, 빨라지는 속도 이해하기. 그리고 각 부는 7장, 11장으로 총 18장으로 구성되는 식인데요. 확실히 체계적입니다. 그리고 속도라는 중심줄기에서 멋지게 가지들을 뻗어나가게 되는데요. 물리학과 생명과학, 생태학등을 유려하게 넘나들며 속도에 관한 이야기들만 집요하게 펼쳐놓게 됩니다. 그렇다고 흥미 위주로 된 이야기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깊이까지 확보하는데 성공합니다. 그러니까 핵 융합 과정의 중성미자를 서술하기도 하고 타키온같은 양자역학 이야기를 펼치기도 합니다. 지루하기만 한 과학 교양서에 지친 독자분들께, 혹은 어느 정도 깊이를 가지면서도 흥미롭고 재밌는 과학책을 갈증내는 독자분들께 강력히 권하며 글을 마칠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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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패밀리 - 하루 24시간, 우리 가족에게 벌어지는 신기한 과학 이야기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옥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1. 

  <E=MC2>을 비롯해 <시크릿 하우스>같은 걸출한 저서들로 유명한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시크릿 패밀리>입니다. 청소년을 위한 과학 입문서....라고 한다면 벌써부터 지루해지니까요. 사실 그런 관용어구로 묶어 추천하기에는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글들은 훨씬 매력적입니다. 사실 과학에 대한 글들을 읽다보면 얼마간 학계에서 날고 기는 학자들보다 저널리스트의 글들에서 훨씬 설득력을 느끼게 돼요. 그러니까 자연과학을 전공한 저로써도 그렇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오늘 추천드릴 <시크릿 패밀리>의 경우도 탁월한 부분이 있어요.



2.
  책은 등장인물을 소개하면서 시작합니다. 과학책인데 웬 가족소개냐구요.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글들이 멋진 지점이 바로 여기예요. 



남편 : 책상 위의 실내 화초가 남편을 향해 조용히 숨을 내뿜고, 남편은 새벽 4시에 경험하는 우리 몸의 자동 안구 세척,  당 방출 호름론의 분비, 방광압의 변화 등을 겪는다. 수십 개의 뇌세포는 돌연 그 존재가 소멸되고 앞서 헬스클럽에서 용감하게 상용했던 배 근육세포가 천천히 복구된다....





이런 식이란 말이죠. 딸과 아들과 아기까지 소개를 마치고 나면 책은 본격적으로 1장을 시작합니다. 1장의 제목은 "아침, 가족의 식탁에서는"입니다. 어지간한 소설책보다 독자들의 흥미롤 둗우는 형식을 갖춰두고 잇습니다.






3.

  여기까지 소개를 하게 되면, 어지간한 사람들은 입을 삐쭉 내밀게 됩니다. 명색이 과학 교양서인데 너무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 하고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책은 예컨대, Dermatophagoides ptero-nyssnus(세로무늬먼지진드기)같은 학명을 그대로 가져와 세균을 소개하기도 하고요. 관련 현미경 확대 사진을 수록해 놓기도 합니다. 그러는 와중에 저자 특유의 친절한 설명, 그러니까 다리가 8개에 코뿔소같이 커다란 목을 가진 거대한 무장 짐승이 모습을 드러낸다.....라는 식으로 묘사를 해 주는 거예요. 이런 문장을 현역에 지긋하신 교수님들이 쓰게 되면 어떨까요. 가족과 집이라는 테마의 테두리를 두른 생명과학과 많은 자연과학 학제들의 흥미로운 사실들을, 유려하게 풀어내는 책입니다. 많은 분들께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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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다 더 불안한 사람들
대니얼 키팅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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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대니얼 키팅의 <남보다 더 불안한 사람들>입니다. 불안에 관한 이야기는 비단 한국 사회에서만 화두가 아닌가 봐요. 알랭 드 보통의 전작이 그랬고, 최근에 서점을 채워가는 많은 번역서들의 주제에서도 그 경향이 보이는 듯도 합니다. 그리고 오늘 소개드릴 책은 그 불안이라는 절박한 질문에 대답을 마련해 줄 책이라고 할까요.



2.

  우선 책의 저자인 대니얼 키팅은 발달심리학 분야의 권위자로서 미시간대학교에서 심리학, 정신의학, 소아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에 있습니다. 사실 심리학이라는 학제가 작금에 이르러, 진화심리학에 편입되면서 (그러니까 인문학적인 요소들보다 자연과학적인 요소들에 크게 의존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이야기들의 경우, 정량적인 수치들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감정이 '불안'이나 '스트레스'같은 것이라면 대중들도 더는 유사과학에 설득되지 않고 구체적인 호르몬 수치나 생물학적인 설명을 듣고 싶어하는 식이지요. 그런 면에서 저자의 이력이 가지는 강점이 있고, 책 곳곳에서도 그런 점이 잘 드러납니다. 

  예컨대, 5장은 "일, 사랑, 관계에서 문제를 겪는 사람들"입니다. 성격을 바꾸기에는 너무 늦은 걸까, 라는 질문에 저자는 어딘가 에세이스러운 대답을 하지 않아요. 정확히는 생후 1년까지, 영아기와 청소년기에 생성되는 뇌세포 수와 이후 삶의 단계에서 개선되는 뇌 회로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를 하게 되지요. 





3.

 책의 구성은 단순합니다.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어느 정도 서사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본인의 관심이 기우는 쪽으로 먼저 발췌독을 하는 방식 역시 추천합니다. 그러니까, 160페이지에서는 "모든 것이 다 부모 탓이라고 생각하는 재니스"라는 소제목으로 이야기를 펼쳐 나가게 되는데요. 재니스라는 어느 곳에나 있는 아이에 관한 이야기로 우리들의 심리와 불안, 스트레스를 서술하게 됩니다. 이처럼, 차례를 읽어보면서 본인의 불안과 대치되는 부분부터 그 상황과 대응방안을 적확히 응시해나갈 수 있는 책이에요. 어쩌면 불안이라는 감정은 어줍잖은 위로와 문장들보다는 그렇게 적확한 수치와 관련 사례로 해결해나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불안에 관한 학계의 진단과, 감정의 기저에 깔린 흐름들을 적확히 파악해내고 싶은 분들께 권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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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 - 개정증보판
서중석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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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소개드릴 책은 서중석 저,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입니다. 사실 현대사에 대한 평가는 필연적으로 유예될 수밖에 없을 뿐더러,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제 아무리 순도를 높인다고 해도 한계를 가집니다. 고대사나 중세사에 비해 더욱 그런 편이죠. 사실 현대사는 책을 펴내는 입장에서도 다루기 어렵고,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도 어떤 컨텐츠를 골라야할지 두려운 것일 테지요. 그런 면에서 확실히 오늘 소개드릴 책이 가지는 장점이 있달까요. 사실 현대사라는 게 당장 부모님 세대가 직접 피와 살로 겪어낸 이야기임에도 그것들을 활자로 접하다보면 어딘가 멀게 느껴지잖아요. 책은 거의 모든 페이지의 컬러사진과 관련 자료들을 빼곡하게 담아내고 있어서 상당히 압도적인 체험을 선사합니다.




2.
  2018년 2월부로 개정증보판이 나와 있고 웅진에서 펴낸 만큼 지면의 퀄리티나 편집적인 부분은 손색이 없습니다. 저는 이 책이 크게 주목받지 않은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사실 현대사에 대한 수요는 꽤 큰 것으로 아는데 (이건 저의 생각입니다만..) 특히, 작금의 국정농단과 여야의 불균형을 보면서 더욱이 커질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굳이 지름길을 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겁니다. 사실 역사를 다루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서두에서 저자가 밝혔듯, 특정 사관에 편중되지 않으려 애를 쓴 모습이 역력하고요. 그럼에도 어딘가 좌파적인 냄새를 맡는 사람들은 오히려 그 필터가 편향된 것이 아닌지 되물어야 할 것 같아요.



3.


  무엇보다 좋은 점은 단순히 사실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당대의 문화적인 요소들을 곳곳에 넣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역사의 이해에 있어서 깊이를 확장할 수 있는 부분인데요. 예컨대, 우키시마호 폭침사건을 다루면서는 그 사건을 다룬 북한 영화인 <살아있는 령혼들>의 관련 사진들을 삽입해 놓았는데, 이런 세심한 부분들이 당대의 결을 잘 살려내고 훨씬 와닿게 만드는 요소같아요. 역사서의 경우, 관련 사진들의 저작권 문제로 더욱이 귀한 책이라고 하겠습니다. 시대가 시대인만큼 정말 많은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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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코노히 1 - 시무룩 고양이
큐라이스 지음, 손나영 옮김 / 재미주의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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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가 명은 '큐라이스'인 모양이에요. <네코노히는> 이번에 재미주의에서 번역된 만화로, 일본 현지 트위터에서는 상당히 화제가 되었습니다. 집사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국내에서도 '나만 없어 고양이'같은 조어가 확산되고 있는 와중에, 그러한 흐름은 옆동네라고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에요. 얼마간, 캐릭터의 시무룩한 표정이 어딘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긍정도 부정도 아닌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끔 하는 만화입니다.



2.

  우선 트위터라는 매체로 촉발된 장르라는 특이한 배경을 가지고 있고요. 책의 형식을 보자면... 4컷 만화 비슷하게 작품들이 소재별로 전개되는데 별다른 서사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만화의 본질에 온전히 충실한 책이에요. 와중에, 이 만화가 크게 성공한 이유를 생각해보면....아무래도 네코노히 캐릭터가 상당히 많은 실패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대인에게 '실패'라는 것은 사실 식사처럼 흔한 일이기도 하고, 중세시대나 신화에서처럼 치명적이지 않거든요. 얘기는 성공이나 실패같은 연속적인 많은 일들이 그래,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런 면에서 네코노히가 보여주는 덤덤함과 시무룩하지만 긍정을 잃지 않는 표정들은 함의가 크겠지요. 정확히는, 네코노히의 성공이 가지는 함의가 크달까요.


3.

  현지에서는 짤방의 형태로 상당히 유통되는 모양인데, 사실 일본의 문화는 흔하게 한국으로 훌쩍 넘어오곤 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트렌디한 부분이 있는 책이고 애묘인이라면 이미 힙한 만화로 유명한 모양이더라고요. 출판업계에서도 네코노히의 성공을 발판 삼아 트위터를 비롯한 판촉을 비롯해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소소한 실패와, 그 실패를 다루며 또 소소하게 성공하는 이야기입니다. 확실한 힐링이 되어 줄 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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