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폴라의 유혹 -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 봄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계절별 시리즈 3
남궁문 지음 / 시디안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몇년 전 우연히 산티아고 순례길의 존재를 어느 한 여행기를 통해 알게 된 후,

그 길에 반해 그곳을 걸은 이들의 기록을 종종 찾아읽곤 한다.

이젠 상당히 많이 알려져 책도 상당히 많고,

내 주변에도 이곳을 완주하고 온 이도 생겨났다.

800킬로미터에 달하는 길을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걷는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시간적, 경제적, 육체적으로 쉽지 않은 바

그곳을 걸었던 사람사람 마다 사연과 이야기 거리가 많을 터.

굳이 기록을 남긴 이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 좋았고 의미도 있었다.

 

다만 책이 많아지니 그 중에는 그다지 읽을 만하지 않은 글도 많아

요즘은 좀 뜸했던 차인데

이 저자의 책 세권을 집은 것은 개중 좀 특이해서다.

화가라는 직업 상 사진 뿐 아니라 직접 그린 여러 그림으로 감상을 표현했다는 점,

한번 다녀온 것이 아니라 세번이나, 그것도 계절을 달리 하여 다양한 모습을 체험했다는 점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오랜만에 산티아고 순례기를 읽게 됐다.

 

몰랐던 사실인데

저자는 한국 사람 중에는 이 길을 상당히 이른 시기에 걸었던 사람이고

그를 기록으로 남겨 많은 사람들이 그의 글을 보고 이 길에 올랐다고 한다.

아닌 듯 긴 듯 그는 이 사실에 수줍어 하는 듯 하나, 또 자부심은 엄청 강하게 보인다.

세번에 걸쳐 그가 이 길에서 얻은 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외로움과 사람.. 당연한 일일 진데

그의 글은 그렇게 매끄럽지 않고 그의 감상은 그렇게 감성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역시 프로의 솜씨.

그의 스케치는 그가 글로 풀어내지 못한 많은 것을 한장으로 다 보여줄 때가 많다.

 

그가 겪은 일들이나 글에서 알게 되는 사실들 보다

오히려 감성적으로 한 걸음씩 더 나아간 그림들은

아마도 그 자신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는 무언가들을 전달한다.

세번째 책의 봄 풍경의 아마폴라는 너무도 맘에 든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의 하나인 Once upon a Time in America 에서

메인 테마 중의 하나인 곡명이 바로 Amapola.

처연하고 붉게 흐드러진 들꽃의 모습이,

주로 여름에 이 길을 걸었던 이들의 책에서 보지 못했던 산티아고 길의 다른 모습을 보게 한다.

 

저자가 마지막 남은 계절인 가을 길을 걷고 책을 낸다면

난 또 그 책을 읽을까?

 

음.....

maybe ye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