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와 끼리 - 남성 지배문화 벗기기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38
정유성 지음 / 책세상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중고등학교 시절, 머릿속에 여자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도무지 이성을 만나기란 쉽지가 않았다. 그 때에 여자를 합법적으로 만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서너 가지가 되었지 않나 싶은데 아마 이런 경우가 아닐까 싶다. 첫 번째, 교회에 나가는 것 그러나 이 경우는 정말이지 운이 없게도 집안전체가 불교를 믿고 있어서 맞아 죽을 각오를 하지 않고서는... 두 번째가 독서실에 다니는 것 교회 다니는 것보다는 가능성은 있었지만 공부에 별로 흥미가 없는 나로서는 이 경우도 신통치 않았다. 세 번째는 학교방송부에 가입을 해서 연합 서클 형식으로 이성을 자연스럽게 만나는 것이었는데 이 경우도 방송부 가입시험에 고입연합고사 성적, 목소리, 기계에 대한 친밀감 등을 테스트를 하여 걸러내니 이 경우의 수는 그 시절 학력고사보다 더 어려웠지 않나 싶다. 물론 도전도 하지 않았지만..... 마지막은 청소년 단체에 가입을 하는 것이다. 이 일은 저지르기는 쉬울지 모르겠지만 가입단계에서 드는 초기비용(단복 값)이 너무나 컸지 않나 싶다.

다행히 1년에 2번씩 뽑는 학급임원에는 매년 뽑혀, 대구인근 경산수련원에 고등학교 학생들을 모아서 하는 행사에 참가하는 행운을 누렸다. 물론 지금도 그곳에서 모여 무엇을 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 곳에 가면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자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아직도 기억된다. 그곳에서 여학생들을 만나면서 현모양처라는 말을 입에 달고 2박3일을 보냈지 않았나 싶다. 정말이지 난 그 시절 여학생들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의 의미로써 뻐꾸기를 날렸는데...지금 생각해도 우습다. 아마 현모양처라는 말은 어린 시절, 심사임당 이라는 전기문에서 최초로 발견했다.

시간이 지나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누구보다도 많은 여자를 만났지 싶다.(여학생의 비율이 75퍼센트 이상이 되는 학교를 7년을 다녔고 지금 근무하고 있는 직장에서도 여자들의 수가 훨씬 많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이전의 현모양처의 눈을 벗어나 다양한 여자들의 모습과 그니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여러 형태의 잘못된 버릇, 사고 등을 어렴풋하게 볼 수 있었고, 매번 이런 것을 스스로 알 때마다 고치려고 노력하지 않는 나 자신에 대한 분노감도 함께 안겨주었다.

이런 와중에 이 책을 접한 나로서는 글쓴이와 비슷한 사고와 분노감과 위기의식을 단지 나 만의 생각이 아님을 확인 할 수 있었으며 이러한 생각의 근원적인 문제가 나눔과 가름의 문화에서 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더 나아가 나눔과 가름의 문화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안도 저자는 잊지 않고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빠져나오기'는 내가 살고 있는 세계에 팽배한 '좋은 게 좋다'라는 삶의 모습에서 한발자국 빠져 나올 수 있는 방법이라면 방법일 것이다. 앞으로 살면서 얼마나 빠져 나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도 한발자국씩 빠져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함께 빠져 나오지 않을래요?' 라는 말로 주위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오늘, 보일러를 고쳐야지 내일 밤 편히 잠을 잘 수 있는데... 걱정이다. 방이 냉장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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