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치 시대의 일상사 - 순응, 저항, 인종주의, 개마고원신서 33
데틀레프 포이케르트 지음, 김학이 옮김 / 개마고원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나치시대의 일상사....
이 책은 ' 작은 사람들 ' 이 겪은 나치시대의 일상적 경험을 중심으로 서술하였다.
나치하면 누구를,무엇을 연상하는가?
히틀러, 2차대전, 그리고 유태인에 대한 홀로코스트.... 나치시대는 야만의 시대이고 비정상적인 시대? 맞는가?
저자는 나치시대를 야만의 시대도, 비정상의 시대도 아니고 바로 우리 근대사회에 내재한 병리적인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
나치는 특별한 악한이 아닌 바로 아주 평범하고 진부한 그런 사람들이었음을.... 그래서 오히려 섬뜩하게 만드는 책이다. 나치즘은 우리와 상관없는 멀리 있는 일이 아님을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다.
연대와 해방을 향한 줄기찬 운동이 없을 때는 언제 어디서든지 다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임을...
다름을 당신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장애인이나 정신박약아는 재생산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불임수술을 해야 한다.
길거리에서 일하지 않고 방황을 하는자는 수용을 해서 강제로라도 노동을 시켜야 한다.
열등한 민족의 외국인은 차별받는 것이 당연하다.
타락한 문화에 오염된 청소년은 교정되어야 한다.
여성은 출산과 육아에 최우선의 가치를 가져야 한다.
위에서 제시한 사회적인 태도와 규범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과연 우리들은 우리와 다르다고 해서 차별하고 배제하는 사회적인 태도에 명확하게 비판적인 태도를 갖고 있습니까?
아니면 은연중에 이러한 태도를 갖고 있는것은 아닌가요?
나치는 독일게르만 민족공동체의 동지와 이방인, 그리고 우수한 형질과 타락한 형질을 구분하고 차별하고 배제하고 결국은 가스로 절멸을 시켜버렸다.
우리는 나치의 아우슈비츠에 대해서는 분노하지만 나치가 일상적으로 벌여왔던 체계적인 차별과 배제에 대해서는 잘 알지못하고 알더라도 명백한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
장애인과 정신박약아에 대한 불임수술, 동성애자에 대한 강제수용, 재즈에 심취한 청소년들에 대한 강제수용, 동유럽노동자들의 강제노동과 착취...... 나치가 만들어 놓은 지배적인 규범에 일탈하는 것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제제, 차별, 배제, 절멸..... 그리고 이에 대해서 저항도 하지만 많은 부분에서는 광범위한 동의가 있었음을 이 책은 충격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이러한 경험이 없는가?
정신박약아는 불임수술을 해야 한다고 아직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거리의 부랑아나 걸인, 심지어 멀쩡한 사람들을 거리낌없이 가두었던 복지원들...
삼청교육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멸시.... 동성애자나 자신과 다른 많은 사람들을 단지 다르다는 이유로 이들의 인권은 짓밟혀도 된다고 생각, 생각들...그리고 실제로 벌어졌던 차별과 배제의 정책들... 태도들.....
나치는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이렇게 우리와 다르다고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을 갖는 자들이 정권을 잡고... 체계적으로 차별하고 배제하고 절멸해 나가고... 수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모습에 저항하지 않고 심지어 박수치고 동의하는 모습... 그것이 바로 나치다....
전쟁도 좋다! 테러도 좋다! 결과만 좋다면?
1차대전의 패전국이었던 독일은 나치가 집권하고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한다. 주눅들었던 독일이 드디어 미국, 영국, 프랑스에 맞서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전시경제에 힘입어 실업률이 떨어지고 경기가 좋아지기 시작한다.
그래 어떠랴? 노동조합이 테러로 박살이 나고... 곳곳에서 야만적인 테러가 벌어져도...
부패한 한나라당, 온갖 의혹의 이명박 후보라도 어떠냐? 내가 좀 생활이 나아지면 그만이지....좀 비슷하다. 박정희가 나쁜 짓을 한 것은 많지만 우리를 잘 살게 하지 않았냐고? 그래서 제2의 박정희가 필요하다고?
이 책에서 일관되게 보여주는 것은 바로 나치시대에 사회문화적 연대구조가 파괴되고 개인이 원자화되고 다들 공적인 공간에서 사적인 공간으로 도피해가는 모습이다. 괴벨스가 히틀러를 , 그리고 나치의 영광을 체계적으로 선전하는 것보다 소비문화속에서 원자화되도록 오락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주력했던 사실도 시사적이다.
역사속의 야만적이고 비정상적인 시대로 인식해왔던 나치의 시대를 현재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는 반성과 성찰의 거울로 생각하도록 만들어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