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간에 읽었던 시집 중에 가장 재미있는 시집이었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는 재미있는 시집이 별로 없다. 달리 말하면 재미라는 것이 시적인 것과 멀다라고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성미정의 시는 일단 읽으면 재미가 있다. 그리고 그녀의 시는 가볍다. 가볍다는 것은 나쁜 거고 무거운 것이 좋다라는 의미에서 가벼움이 아니다. 그녀의 시는 일상적인 지점에서 출발을 하고 가벼운 상상력으로 전개된다. 이 시에서 시인이 다루고 있는 것을 몇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것은 일상적인 것은 매직이다라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살고 있는 이 현실을 시인은 예사롭게 바라 보지 않는다. '실용적인 마술'과 같은 시에서 보여주는 ' 그의 몸을 깃털처럼 가볍게 안마해 주기, 배추로 김치 만들기, 오천 원으로 푸짐한 밥상 차리기'가 바로 생활의 마술이며, '계란 계단과 아줌마'에서 시적화자가 걷는 계단은 신기하게도 계란으로 되어 있다. '매직 부츠 신은 아줌마'와 같은 시에서는 매직 부츠가 촛점이 아니라 결국은 나이를 먹고 평범한 신발에 어울리는 아줌마가 된다는 매직같은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이 외에도 많은 시들에서 신기한 일상생활에 대한 시인의 발견이 등장하는데 이를 읽는 즐거움은 새롭다. 이러한 매직 중에서 시인이 특별하게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이 하나 있다. 그것은 늙는다는 것이다. '매직 부츠 신은 아줌마'에서 '소녀'의 반대말로 '아줌마'가 사용되고 있다. 시인은 '아줌마'라는 말을 통해서도 소녀와의 대비로 늙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늙는다는 것은 서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늙은 만큼 저항력이 약'하얀 병원''해지기 때문일 테고, '때때로 서로의 존재를 완전히 잊'샴토끼, 혹은 삶, 토끼''고 살게 되기 때문일 테다. 늙는다는 말이 너무 거창하다면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쯤으로 해두자. 나이를 먹고, '시인끼리 살아도 로멘틱하게 살지 못하는' 남편을 두고 '드라이한 출산기'로 태어난 아이를 둔 시인은 '식성'과 같은 시에서는 나를 먹는 아이들이라는 소재를 통해 이러한 두려움이 표출되기도 한다. 이 시집에서 또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은 시쓰기에 대한 시인의 생각이다. 시인은 시의 여러 곳에서 자신의 시쓰기에 대한 생각들을 드러낸다. '이것이 사라는 데 당신들이 동의하든 안하든 나는 개의치 않겠소''쓰레기통에 버려진 법랑 그릇에 이런 시가 쓰여 있었소'라는 당당한 선언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시에서는 '잡념으로 시를 쓰고 고작 손가락 움직여 시를 쓰는''김종삼은 귀가 크다' 시인의 모습이나, '나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 뭔가 시원하게 울어내지 않았다는 생각''눈물을 뼛속에 있다는 생각'을 하거나 '나는 왜 시 쓰는 데 예민하지 않고 시인되는 데 더 예민한 건지''시인은 자고로 예민해야'를 반성하는 모습 등으로 나타난다. 특히 뒷부분의 몇편의 시들은 전부 시인에 대한 자서적인 이야기로 시인의 솔직한 시편들이 감동을 준다. 이 시집은 한번쯤 읽어 볼만한 가치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다른 시집과 다른 매력을 가진 시집이기에 그러하다. 그러나 이 시집의 그런 매력은 불행하게도 성미정에게 어떠한 부와 명예를 주지 못할 것이다. 시집이 베스트 셀러가 된다던지 무슨무슨 문학상에 수상한다던지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베스트 셀러가 되기에는 너무 무겁고, 무슨 상을 받기엔 너무 가볍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