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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여성 평론가로 산다는 것 - 평론가 심영섭의 삶과 영화 그 쓸쓸함에 관하여
심영섭 지음 / 열린박물관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제목이 좀 세 보였다. 페미니즘적인 입장에서 한국 사회를 비판하고 있는 글이 아닐까 했다. 그런데 실상 읽어보면 그렇지도 않다. 그런 경향의 글이 있기는 하지만 남자인 내가 봐도 이해하기 힘든 수준의 과격한 글은 한 편도 없었다. 오히려 맞는 말들이 더 많다.
이 책은 컬럼 형식의 글, 수필류의 글, 영화 감상문 같은 글들이 있는데 모두다 재밌었다. 일단 필자가 문학적인 소양이 있어서 문체가 좋다. 그리고 인문학에 대한 내공이 상당해서 사유의 단단함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평론이 아니기 때문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그녀는 cf나 찍으면서 신비주의 전략을 취하다가 부잣집 도련님을 만나 시집이나 가는 여배우들에게 큰 소리를 친다. 그리고 스무살의 육체적인 긴장감을 알게 해준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영화 나인 하프 위크에 대해 이야기 한다.
남자가 여자를 이해하기 위해서 봐야할 영화와 여자가 여자를 이해하기 위해서 봐야할 영화를 알려준다. 내가 모르는 배우지만 루돌프 발렌티노나 메 웨스트 등의 배우들을 멋지게 소개한다. 송강호에게서는 찰리 채플린의 모습을 찾아낸다. 장국영의 쓸쓸한 뒷모습을 추억한다.
무엇보다 이 책에 나오는 무수한 영화와 배우들. 그들에 대한 애증을 느낄 수 있는 글에서 그녀에게 영화는 인생의 전부였음을 알 수 있다.
나는 이 책에 나온 영화를 굳이 찾아보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좋다. 내가 보지 않을 영화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게 해 줬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