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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 최후의 14일
요아힘 페스트 지음, 안인희 옮김 / 교양인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예전부터 읽고 싶던 책을 이제야 읽었다.

가끔 그런 것들이 있다.
정말 너무나도 유명한 사건이라, 무슨 일인지는 알고 있지만
그 본질적인 것들에는 오히려 무심한.. 무감각한 그런 것들 말이다.
나에게 역사 속의 세계대전은 그러한 것 중 하나이다.
(역사라고 하기엔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생생한 ‘과거’이겠지만.)
여러 매체에서 다각도로 정보를 제공해주는 덕에- 여러 책들을 찾아가며 알아가진 않았었다.
남들과 비슷하게 어느 정도만 알고, 어느 정도만 이해하는 수준의 정보.

그러다가 이 책을 읽고 세계대전이라는 유럽 한 복판에서 일어났던 그 전쟁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이 책은 요하임 페스트라는 독일인이 쓴 책이다.
역사가인 그는 독일인이지만 히틀러 평전과 히틀러 최후의 14일 등
나치와 그들의 광기 어린  이데올로기를 주제로 많은 글들을 쓴다고 한다.
(참 아이러니하다. 자신들의 역사를 연구할 뿐인데 ‘독일인 임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듣다니.)

나치 시절은 아직까지도 독일 지식층 사이에선 꺼리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연구를 하는 작가를 ‘나치’라고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내겐 독일인 지식인이 바라보는 나치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건 행운이다.
더구나 피해자나 피의자의 입장을 자각하지 않는 객관적인 시선에서의 이야기는 더욱 더.
(사실 피의자 입장에서는 사회적 신분을 고려해 죄인인 심정을 더욱 강조해야만 할테니)


책은 제목 그대로 히틀러와 그 주변이 몰락하는 14일 동안의 일들을 서술한다.
빠르고 깔끔한 전개로 쉽게 몰입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작가의 서술방식이다.
어떤 곳에도 구애받지 않고 조사하고 연구한 정보를 가지런히 서술한 방식이 말이다.
죄의식이나 피해의식, 혹은 전쟁의 아픔 같은 필요 이상의 감정에 빠지지 않고
오로지 14일 동안을 돌아본 그 방식이 말이다.


사상에 구속받은 자들이 얼마나 미칠 수 있는가.
히틀러라는 한 ‘인간’을 그렇게 맹신할 수 있단 말인가.


요하임 페스트가 저술한 히틀러 평전이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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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 여자
카트린 아를레 지음, 홍은주 옮김 / 북하우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신데렐라라는 동화가 만들어낸 여자의 환상 중 하나.
멋있고 부유한 왕자님께 선택되어 영원히 행복해지고 싶어-

 

여자가 있다.
모든 것이 폐허가 된 패전국의 한 도시에서 여자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 얼마만큼의 학력을 가진 여자는 번역일을 하며 근근히 살아간다.
여자는 똑똑하다.
지금의 자신에게선 아무 것도 희망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유일한 방법이, 돈 많은 남자와의 인연이란 것을 그녀는 알고 있다.

어느 날 그녀는 신문에서 늙은 대부호의 구혼광고를 본다.
그녀가 잡을 수 있는 단 한번의 기회- 
그 기회를 잡기로 한 그녀는 자신의 욕망을 그대로 편지에 적어 보낸다.
최종후보자 중 한명으로 '면접'을 보게된 그녀는
광고를 낸 사람이 대부호 본인이 아니라 그의 비서란 사실을 알게된다.

     흥미로운 계약 하나.
     대부호의 아내로 만들어주겠소.
     늙은 대부호가 후에 죽고나면 내게도 유산을 나누어 주시오.

구혼광고는 언제 깨질 지 모를 환상이 아니라, 서로의 이득을 취하는 실리적인 '거래'다.

이제 그녀는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게임을 리드해간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소설의 도입에 지나지 않다.

 
마치 로맨스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아닌가-
신데렐라를 풍자한, 지각있는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 말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재미있는 추리소설.

사건 본질을 더듬어가는 이 소설은 '완전범죄'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쥔다.
특히나 주인공 힐데가 남편의 시신을 옮길 때의 긴장감이란 정말 굉장하다.
완전범죄를 이뤄가는 방법 역시 훌륭하다.

나에게 이 소설이 재미있었던 건 완전범죄였기 때문이 아니라,
여자가 놓인 상황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현실' 이기 때문이다.
(젊은 여성 작가임에도 그토록 냉정하고 가차없이 현실을 읽어내는 점이 매력적이다.)


꿈 같은 현실이 눈 앞에 다가왔을 때- 과연 현혹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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