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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 여자
카트린 아를레 지음, 홍은주 옮김 / 북하우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신데렐라라는 동화가 만들어낸 여자의 환상 중 하나.
멋있고 부유한 왕자님께 선택되어 영원히 행복해지고 싶어-
여자가 있다.
모든 것이 폐허가 된 패전국의 한 도시에서 여자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 얼마만큼의 학력을 가진 여자는 번역일을 하며 근근히 살아간다.
여자는 똑똑하다.
지금의 자신에게선 아무 것도 희망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유일한 방법이, 돈 많은 남자와의 인연이란 것을 그녀는 알고 있다.
어느 날 그녀는 신문에서 늙은 대부호의 구혼광고를 본다.
그녀가 잡을 수 있는 단 한번의 기회-
그 기회를 잡기로 한 그녀는 자신의 욕망을 그대로 편지에 적어 보낸다.
최종후보자 중 한명으로 '면접'을 보게된 그녀는
광고를 낸 사람이 대부호 본인이 아니라 그의 비서란 사실을 알게된다.
흥미로운 계약 하나.
대부호의 아내로 만들어주겠소.
늙은 대부호가 후에 죽고나면 내게도 유산을 나누어 주시오.
구혼광고는 언제 깨질 지 모를 환상이 아니라, 서로의 이득을 취하는 실리적인 '거래'다.
이제 그녀는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게임을 리드해간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소설의 도입에 지나지 않다.
마치 로맨스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아닌가-
신데렐라를 풍자한, 지각있는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 말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재미있는 추리소설.
사건 본질을 더듬어가는 이 소설은 '완전범죄'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쥔다.
특히나 주인공 힐데가 남편의 시신을 옮길 때의 긴장감이란 정말 굉장하다.
완전범죄를 이뤄가는 방법 역시 훌륭하다.
나에게 이 소설이 재미있었던 건 완전범죄였기 때문이 아니라,
여자가 놓인 상황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현실' 이기 때문이다.
(젊은 여성 작가임에도 그토록 냉정하고 가차없이 현실을 읽어내는 점이 매력적이다.)
꿈 같은 현실이 눈 앞에 다가왔을 때- 과연 현혹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