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저당잡힌 히틀러의 여인들
안나 마리아 지크문트 지음, 홍은진 옮김 / 청년정신 / 2001년 2월
평점 :
품절


영혼을 저당잡힌 히틀러의 여인들.
한참 히틀러의 주변인물들에 대한 심리를 추측할 즈음 뽑아든 책이다.
제3제국에 대한 여러 책 중 이 책을 먼저 읽은 이유는 왠지 접근이 쉬워보였기 때문.
히틀러의 여인들에 대한 궁금증이 아니라 '영혼을 저당잡힌'이라는 수식어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출판사의 교묘한 상술 덕분에 이 책에 소개된 여덟 여인들이 모두 '히틀러의 여인'이 되었지만,
사실 이 책의 원제목은 나치의 여인들(Die Frauen der Nazis).
히틀러와 사적인 관계에 있었던 에바 브라운과 겔리 라우발과,
제 3 제국 중심에 있었던 다른 여섯 여인들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히틀러와 국가사회주의의 열렬한 신봉자라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로 '히틀러의 여인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시대의 배경이나 상황을 이야기 진행에 따라 함께 설명해준 덕분에
어렵지 않게 -오히려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베일에 가려진 흥미로운 그들의 사생활을 엿본 기분이다.
에바 브라운과 겔리 라우발의 부분은 특히 더했다.
히틀러와 직접적인 관계에 놓여있던 이들이어서 그러했을까.

책을 읽으면서 내 머리속에서 수많은 물음표가 떠오른 건 어쩔 수 없었다.

항상 생각했었다.
단지 히틀러에게 매료된 게 아니라,
그의 광신적인 신념, 지위, 명예 이런것들에 현혹되어 자신들의 욕망을 포장했을 거라고..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러한 추측들에 혼란이 온다.
지나치게 드라마틱한 삶에 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를 먼저 느끼기 때문이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포장일까.
너무 드라마틱한 상황들이라 고작 50여년 전의 세계임에도, 사진들과 사료에 입각한 것임에도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책이 지나치게 '여자의 심리에 맞춰' 쓰여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랑. 사랑. 사랑. 경외. 경외. 경외..

물론 사랑이 있었기도 했겠지만, 책 속에서의 지나친 사랑의 해석에 반발심이 들었다.
그녀들이 히틀러의 추종자가 된 이유에 대해 좀 더 폭넓은 견해를 듣고 싶었다.
(그 시대에 장려했던 여성상을 고려해볼 때, 여인들에 대한 기록이 더 나올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구성면에서도, 내용면에서도 참 재미있고 만족스럽던 책이었다.

 

PS. 겔리와 히틀러의 진심은 '사랑'이라고 다들 결론짓는 모양이다.
그런데 난 왜 그 해석에 거부반응이 드는 걸까?
'몰랐어? 사실 히틀러가 사랑한 유일한 사람은 겔리야'라고 당연하게 주장하는 사람한테
'근데 증거있어?'라고 묻고 싶어진단 말이지..
이미 죽은자들이고 화제거리 다분한 사생활인데, 사실 해석하기 나름이잖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을 꾸다가 베아트리체를 만나다
박누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며칠 전 미술관을 다녀왔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그림들을 바라보면서 때로는 감탄이, 때로는 궁금증이 일었다.
홀로 그림을 해석하면서 누군가 옆에서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이 그림의 배경을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림이란게, 예술이란게 그렇다.
그냥 내 감각으로 느낌으로 받아들이고 싶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
배경을 알고 시대를 알수록 더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다.

가령 표지 속의 저 여인은 어떨까?
주변인에게 '이 그림 어때?'라고 물었을 때
'왠지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가 생각나는데?'라는 대답을 들었다.
나 역시 처음 이 그림을 접했을 때  '참 미인이다.. 표정이 어두워 보이네..' 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 그림의 배경을 알고 난 후엔 저 무표정이 너무나도 처연해서 슬펐고,
슬픔을 머금은 그녀의 모습이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참고로 잘 알려진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구도는 이 초상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미술을 향한 훌륭한 입문서이다.
작가가 여는 글에서 가슴으로 느끼기엔 벅찼던 그림들을
가볍고 쉽게,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하는데
과연 책 속에서 시대나 사조에 상관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들을 이것저것 소개하며
그림의 배경에 대한 설명과 그 시대의 일상사, 때론 자신의 일상에 대해
격의없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글솜씨도 뛰어나서 그녀의 에세이 덕분에 그림들을 더 쉽고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인쇄된 활자로 먼저 접해서 그런지 - 출판된 책이어서 그런지 -
감상적이고 두서없는 글의 흐름이 아쉬울 정도로 가볍게 여겨지는 건 사실이다.

(만약 블로그를 통해 먼저 이 글들을 접했다면 무척 감탄하며 정기적인 이웃이 되었겠지)


그래도 분명한 건 이 책을 읽고 난 후,
항상 미술이란 분야에 적잖은 부담감을 갖고 있던 내가
좀더 여러 작품들을 접하고자 하는 마음이 커졌다는 것이다.

단지 내 느낌으로 감상하는데 만족하는게 아니라
좀 더 깊이있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해하고 싶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춘표류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연정 옮김 / 예문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친구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이었다.
친구 왈,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면서 제목이 왜 청춘표류인가 했는데, 읽고 보니 알겠어"

책을 다 읽고 나서 나 역시 친구와 같은 마음이었다.
'이젠 내 청춘이 표류하고 있어!!'

다치바나 다카시는 일본에서 알아주는 저널리스트라고 한다.
이 책은 그런 작가가 각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는 11명의 인물들을 만나고 인터뷰한 책이다.
그들은 세상의 규격에 맞춰지지 못한 소위 말하는 열등생이었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방황 끝에 찾아내고 결국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들이다.


작가는 저널리스트 답게 객관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열정 하나로 방황을 이겨내고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면서
맛깔스러운 글솜씨로 그들의 과거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책 속의 인물들에겐 공통된 특징이 있다.
죽기보다 지기를 싫어하고, 세상과 쉽게 타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시에 자신이 선택한 이상 그 길을 따라 행동하고 움직이는 추진력과 용기가 있다.

그들을 바라보면서 부럽고 대단하다고 느낀 점은 바로 이러한 점이었다.

누구나 지기 싫어한다.
누구나 자신의 뜻을 관철하고 싶어한다.
누구나 자신의 의지대로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보통 그 의지대로, 뜻대로 불도저처럼 밀고 나아가는 추진력과
자신에 대한 굳건한 믿음은 같은 건 별로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것이었다.

나에 대한 믿음, 무언가를 하고야 말겠다는 의지,
미래에 대해 확실한 무언가를 쥐고 있진 않지만 시작한 이상 끝을 보겠다는 추진력.


어느순간 내 자신에게 끊임없이 물어보고 있었다.

내가 진짜 원하는 일은 무엇인가
아니 사실은 원하는 일을 발견했음에도 두려움에 망설이고 있는 건 아닌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히틀러 최후의 14일
요아힘 페스트 지음, 안인희 옮김 / 교양인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예전부터 읽고 싶던 책을 이제야 읽었다.

가끔 그런 것들이 있다.
정말 너무나도 유명한 사건이라, 무슨 일인지는 알고 있지만
그 본질적인 것들에는 오히려 무심한.. 무감각한 그런 것들 말이다.
나에게 역사 속의 세계대전은 그러한 것 중 하나이다.
(역사라고 하기엔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생생한 ‘과거’이겠지만.)
여러 매체에서 다각도로 정보를 제공해주는 덕에- 여러 책들을 찾아가며 알아가진 않았었다.
남들과 비슷하게 어느 정도만 알고, 어느 정도만 이해하는 수준의 정보.

그러다가 이 책을 읽고 세계대전이라는 유럽 한 복판에서 일어났던 그 전쟁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이 책은 요하임 페스트라는 독일인이 쓴 책이다.
역사가인 그는 독일인이지만 히틀러 평전과 히틀러 최후의 14일 등
나치와 그들의 광기 어린  이데올로기를 주제로 많은 글들을 쓴다고 한다.
(참 아이러니하다. 자신들의 역사를 연구할 뿐인데 ‘독일인 임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듣다니.)

나치 시절은 아직까지도 독일 지식층 사이에선 꺼리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연구를 하는 작가를 ‘나치’라고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내겐 독일인 지식인이 바라보는 나치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건 행운이다.
더구나 피해자나 피의자의 입장을 자각하지 않는 객관적인 시선에서의 이야기는 더욱 더.
(사실 피의자 입장에서는 사회적 신분을 고려해 죄인인 심정을 더욱 강조해야만 할테니)


책은 제목 그대로 히틀러와 그 주변이 몰락하는 14일 동안의 일들을 서술한다.
빠르고 깔끔한 전개로 쉽게 몰입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작가의 서술방식이다.
어떤 곳에도 구애받지 않고 조사하고 연구한 정보를 가지런히 서술한 방식이 말이다.
죄의식이나 피해의식, 혹은 전쟁의 아픔 같은 필요 이상의 감정에 빠지지 않고
오로지 14일 동안을 돌아본 그 방식이 말이다.


사상에 구속받은 자들이 얼마나 미칠 수 있는가.
히틀러라는 한 ‘인간’을 그렇게 맹신할 수 있단 말인가.


요하임 페스트가 저술한 히틀러 평전이 읽고 싶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