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의 우울증 상태를 경험한 많은 사람들은 제2의 자아가 따라다는 것 같다고 말한다. 제2의 자아는 일종의 유령 같은 관찰자로서, 본래 자아가 경험하는 치매 상태가 전혀 없는 냉정한 호기심을 갖고, 그가 다가오는 재앙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혹은 어떻게 무너지고 마는지 관찰한다.
이 모든 행위에는 연극적인 요소가 있다.
그후 며칠 동안 나는 멍한 상태로 소멸을 준비해나갔다. 그런 상황이 멜로드라마 같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나는 자기 살해자인 동시에 희생자였으며, 고독한 배우인 동시에 외로운 관객이었다. 나는 아직 어떤 방법으로 세상과 이별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단계가 다가오리라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 그것도 조만간, 마치 다가오는 저녁을 피할 수 없듯이 필연적으로 다가오리라는 것을.-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