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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이야기 ㅣ 이산의 책 19
수잔 휫필드 지음, 김석희 옮김 / 이산 / 2001년 7월
평점 :
품절
좀 구분이 애매한 책이다. 역사책이라 하기엔 각 등장인물에 대한 허구적인 이야기가 너무 많이 섞여있고, 소설이라기엔 너무도 사실에 입각하여 씌여졌고, 무엇보다도 소설적 재미가 그리 많지 않다.
이 책은 몇몇 실크로드 역사속의 평범한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의 삶에 영향을 끼친 실크로드 300년사를 보여준다. '주인공'이라고 했지만 그들은 그 보다는 당시 각 직업군에서 뽑힌 사람들로서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정도의 역할을 한다. 각 이야기는 독립적이면서도 또한 매끄럽게 이어진다. 결정적으로 내가 이 책을 본 이유는 어느 외국인 학자가 '한니발'이나 '나폴레옹'보다도 더 위대한 원정을 해냈다고 추켜세운 고구려 출신의 '고선지' 장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책의 '병사 이야기'에서 티벳 병사의 눈으로 티벳을 공격하여 대승을 거둔 장군의 이야기가 사실적으로 펼쳐진다. 이 책을 이루는 10개의 이야기 중 1개를 차지하는 것을 봐도 그가 이뤄낸 승리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반증한다.
실크로드와 역사에 관심이 있고 고선지 장군의 이야기를 읽오보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그렇게 따분하게 읽히는 역사책은 아니니까. 작가의 열정적인 묘사가 인상깊게 남을듯 하다. 그러나 재미를 추구한다면 뭐 권하고 싶지는 않다. 300년간의 이야기를 천민에서부터 왕의 이야기까지 광대한 지역에 걸쳐서 묘사를 하다보니 난잡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고, 그로인해 이야기적인 재미는 별로 없을 듯.
둥바오더와 같은 시대에 송나라 수도인 장안에 살았던 사람들은 위대한 실크로드의 전성기를 망각하고, 자신들이 실크로드의 예술과 문화에 얼마나 많은 빚을 졌는지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둔황을 기껏해야 변방의 침체된 시골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중략...) 오늘날 이들의 이름은 알려져 있지만, 작품은 대부분 사라졌다. 반면 둥바오더와 동시대의 실크로드 화가들은, 이름은 잊혀진지 오래지만 작품은 오늘날까지 살아남아 수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자아내고 있다. - 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