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초보 독자가 지금껏 읽은 최고의 작품

나인 테일러스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7
도로시 L. 세이어스 지음, 허문순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기본적인 작가(크리스티, 체스터튼, 코넌 도일, 포우, 퀸 정도)만 접한 초보 추리소설 독자지만 지금까지 본 작품들 중 최고였다. 여기에 가까운 전율을 준 작품이라면 크리스티의 <커튼>과 퀸의 <Y의 비극>밖에 없었던 거 같다.

이쯤이면 눈치챈 이도 있겠지만, 나는 탐정이 능수능란하게 척척 사건을 해결해 가는 작품보다 더 큰 틀 속에서(운명, 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혼란을 겪는 작품을 좋아한다. 또 모든 게 말끔히 정돈되어 권선징악 해피엔딩, 으로 끝나는 것보단 대파국catastrophe이라 할만큼 예상치 못한 반전을 좋아한다. 읽고 나서의 카타르시스가 더 크기 때문에.

작가가 자란 마을을 배경으로 해서인지 문학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공간 묘사, 명종술이라는 다소 생소한 전문기술을 따와서 구성에 짜넣는 솜씨, 장이 바뀔 때마다 인용되는 명종술 설명과 소제목과 내용의 기막힌 어울림, 모두 일품이었다. 완벽한 귀족 신사 피터 웜지 경의 캐릭터는 다소 판타지에 가까운 느낌이었지만, 여성독자에게는 또 하나의 즐거움을 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