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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에서 풍선까지 - 남성 성기의 역사
데이비드 H. 프리드먼 지음, 김태우 옮김 / 까치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전체적으로 객관적인 입장을 유지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이며(미국 진보 지식인들의 PC 경향에 충실) 의외로 여성의 입장에서도 생각할 만한 거리를 충분히 던져주고 있다. 또한 기존의 미시사 서적이 주저리주저리 잡기적이고 흥미 위주로 빠지기 쉬웠던 데 비해서, 참신한 구성과 기획을 통하여 뚜렷한 논지를 보여준다. 이 책의 구성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악마의 막대 - 그리스, 로마의 신격화된 남근 그리고 대조적으로 기독교의 발흥과 중세시대에 이르기까지 악마화되어가는 남근
2 변속 기어 레버 - 다빈치를 필두로, 르네상스와 계몽주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해부학적으로 분석되는 남근
3 막대 자 - 아프리카의 발견으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흑인의 성기 크기를 열등함의 척도로 간주하는 백인 남성의 담론
4 시가 - 프로이트의 남근 중심적 정신분석과 리비도의 개념
5 성문을 부수는 기둥 - 남근과 폭력성의 연관, 그리고 그에 초점을 맞추는 여성 운동의 역사
6 터지지 않는 풍선 - 현대에 와서 비아그라로 극대화된 발기 의학의 역사
흥미진진해 보이지 않는가? 다만 도판은 그리 많지 않다. 아마 많았다면 비닐포장이 되지 않았을까? -_- 인상적이었던 부분 중 책의 전반적 경향을 짐작할 수 있는 구절을 인용해 본다.
...그것은 사회적 구성물로서 문화전반에 의해서 쓰여졌고 대부분이 남성이 경험하는 자위라는 최초의 성행위를 통해서 강화되는 남성 중심적 성적 대본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그 단어를 만든 개그넌과 사이먼에 따르면, 개인의 '성적 대본'을 씀에서 자위는 대단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들은 [성적 행동]에서 자위는 '남성의 독립성을 선포한다'고 썼다. 자위를 통해서 '성욕은 음경에 초점을 맞추게 되고, 물리적, 상징적 영역에서 성기에 중심적 위치를 부여한다...발기할 수 있는 능력은 남성성과 지배력에서 중요한 표식이다.' 대부분의 남성은 아마도 가장 중요한 표식이라고 말할 것이다. (p 337)
여담이지만 여성으로서, 여성의 성기가 이처럼 다양한 측면에서 다양한 논조로 논의된 적이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아쉽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