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타고 날아온 메리 포핀스 1 - 네버랜드 스토리 북스 30 네버랜드 클래식 41
파멜라 린든 트래버스 / 시공사 / 199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메리 포핀스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회적으로 정말 별볼일 없는 캐릭터를 택해 (선악 따위와 상관없이 매혹적인) 마법으로 감싸는 작가의 솜씨 때문이다. 시대적으로 여성인구 과다였던지라 차고넘치는 노처녀들 중 하나, 돈도 빽도 없어 고작 보모 겸 가정교사, 여자가 예쁘기를 해 상냥하기를 해 게다가 공주병, 그러니 애인은 고작 성냥장수 겸 거리 화가. (영화에서는 꼬장꼬장한 노처녀 타입이 아니라 예쁘고 화사한 줄리 앤드루스가 포핀스를 연기하는 바람에 원작의 매력이 확 줄었지만) 그런 메리 포핀스가 아이들의 일상 속에 경이와 신비를 선사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 작품에 대한 다른 해석을 접했다. 뱅크스 부인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지적이다. 그녀는 중산층 주부이지만 여성참정권 운동에 열성적이라서 집안일은 뒷전이다. 그러한 그녀의 모습은 책 속에서 다분히 희화화되고 있다. 집안 사정도, 자기 아이들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메리 포핀스의 캐릭터를 볼 때 작가가 고루하고 보수적인 의식을 갖고 있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만 작가는 당시 페미니즘의 주류를 이루었던 정치적 페미니즘에 대해 다소 반감을 가졌던 것이 아닌가 싶다. 바로 이 시대도 페미니즘을 '고학력 중산층 여성들의 나댐'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놀랄 일도 아니다(여성부의 주장을 페미니즘의 전부로 단정짓고, 여성부의 정책에서 헛점을 발견할 때마다 페미니즘 전체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난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희화화된 정치적 페미니스트 뱅크스 부인에만 집중하는 부정적 시각 역시 실수라고 생각한다. 개성적이고 비전형적인 여성 주인공 메리 포핀스 역시 페미니즘적 시각에 어느정도 닿아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페미니즘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을 여성 작가에게서도 발견한다는 사실이 씁쓸하고 아쉽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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