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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 한 사회생물학자가 바라본 여자와 남자
최재천 지음 / 궁리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텔레비전 강연의 산물이라서인지 다소 가볍고 논의가 성글지 못한 부분이 있다. 논리보다 이미지나 에피소드 위주로 가는 텔레비전의 속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겟지만. 시도는 좋으나 저자가 비친 대로 좀더 깊이가 있는 후속 연구서가 나오기를 바란다. 저자가 언급했듯 일상적 언어 사용에 있어서도 남녀평등 원칙에 신경을 썼다는 점에서, '안사람'이라는 호칭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집사람'이라는 말까지 피할 정도로 신경을 썼기에 더욱 이해가 어려운 점이다. 사회의 거시적 면에 치우쳐 여성지위 향상을 얘기하고 있다는 점도 다소 불편하다. (여성 인텔리들이 많아졌다는 것이 '여성'의 지위 향상과 동일한 것일까? 더구나 빈익빈부익부로 치닫는 현재의 사회상에서.)하지만 호주제 반대의 목소리를 뚜렷이 한 것은 의의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보면서(국내에 소개된 진화생물학 서적들을 통해 알고 있었던 내용이 많아서인지 모르지만) '앎의 즐거움'보다 '깨달음의 즐거움'이 더 컸던 것이 사실이다. 전문 분야를 천착하면서 시야가 넓은 한 '인간'으로서 성장한 '연구자'의 면모를 보는 즐거움 말이다. 성차별의 현상적 측면만 드러나는 선정적 뉴스의 범람 속에서 갈팡질팡하는 사람들을 보며, 개개인 모두 자기 깜냥대로 성과 사회에 대해 진지하고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아쉬워지는 요즘이기에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