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 브라운 신부 전집 2
G. K. 체스터튼 지음, 봉명화 옮김 / 북하우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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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 대한 요란한 찬사들이 아니었더라도 책을 읽으면서 정말 지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섬세한 묘사력, 인간성의 애매모호함에 대한 통찰 등은 책의 문학성에 기여했고. 평들을 보니까 '너무 쉽게 맞추어서 썰렁하다'라든지 '너무 짜여졌다는 티가 난다'는 의견들이 많은데 내 생각에 이 작가가 쓰려고 의도했던 것은 현대적 의미에서의 추리소설은 아닌 듯하다.

브라운 신부도 고도의 두뇌 플레이를 제시하는 안락의자 탐정이 아니라, 어떤 에피소드를 제시하고 풀어내면서 인간성의 한 단면을 제시하려는 철학자를 보는 느낌이랄까. '사물을 정의하는 말과 그 안에 함축적으로 내포된 의미 사이에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네. 무기라고 하면 뭘 지칭하지? 흔해빠진 살림도구로 얻어맞고 죽는 사람도 있는데 말야. 반면, 고대 브리튼족에게 연발 권총을 들이댄다 한들 그것이 무기인줄 알 리가 없겠지.'
이런 대사들은 거의 현대 철학서의 한 구절을 연상케 한다. 다만, 구석구석에서 드러나는 보수적 성향과 특히 동양에 대한 선입견은 현대적 political correctness에 익숙해진 독자로선 좀 불편한 느낌이다. 그러한 지성인도 당시의 보수적, 제국주의적 영국 사회라는 맥락에선 자유로울 수 없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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