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정의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0
글로리아 웰런 지음, 범경화 옮김 / 내인생의책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고운 다리와 다소곳이 모으고 무언가 결심한 듯 양손을 꼭 쥐고 앉아 있는 여자의 사진.
책 표지의 여자는 나에게 무언가 고백하고 싶어 하는 사람 같았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나를 이 책으로 끌어들였고, 책장을 열기에 충분한 동기를 만들어 주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기대한 만큼의 책은 아니었다. 말 그래도 실망스러웠다고 하는 편이 쉽게 다가 올 것이다.

불사조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란다. 오백 년마다 한 번씩 강렬한 햇빛 속에서 불타올랐다가 다시 태어나곤 하지. 그 어떤 것도 이 장엄한 새를 완전히 죽일 수 없어. 우리의 조국 아르헨티나가 바로 그런 나라란다. 끔찍한 시간들이 있었고, 또 그런 시간들이 다시 올지도 모르지만 아르헨티나는 영원할 거야. 『그녀의 정의 中』


『그녀의 정의』는 아르헨티나가 정치적 탄압을 받던 시대를 배경으로 두 남매의 절절한(?)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근친상간이 아닌 그저 평범한 남매의 사랑이야기이다.)
읽으면서 ‘거미여인의 키스’가 떠올랐고, ‘거미여인의 키스’를 읽으면서 흐릿했던 아르헨티나의 정치적 상황이『그녀의 정의』를 읽으면서 조금은 확실해졌다고 말하고 싶다.

1976년부터 1983년까지 벌어진 아르헨티나의 정치적 탄압!
그 모습은 흡사 우리나라의 모습이었다. 특히나 박정희시대와 많이 유사(?) 아니 거의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와 아르헨티나의 호르헤비델라 정권.
좌익 게릴라 소탕이라는 명분으로 국가 폭력을 동원하여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자행되었던 불법체포, 납치, 고문, 사살 등.
과도기 우리나라의 역사와 많이 닮았다. 아니 멀리 생각할 것도 없이 국민의 의사는 안중에도 없는 지금의 우리나라 정권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었다.

『그녀의 정의』는 이런 시대상황을 배경으로 군인들에게 끌려간 오빠와 그 오빠를 구출하기위해 힘쓰는 동생 그리고 부모님을 그리고 있다.
결국은 좋은 방향으로 이야기가 끝을 맺긴 하지만, 엉성한 전개과정과 그 엉성한 전개를 뒷받침이라도 하는 듯한 결론은 어이가 없다 못해 조금은 유치하게 다가왔다.
책도 얇은 것이 혹시나 청소년용 책을 읽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의심까지 하게 만들었다.

요즘 이상할 정도로 정말 괜찮은 주제임에 분명한데 실망스런 결과로 다가오는 책이 많다.
(중간의 번역과정이 일까? 아님 작가 자체가 문제인가? 아님 받아들이는 내가 문제인가?)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그녀의 정의』라는 제목 자체가 책 내용과 조금 다르게 놀고 있다는 생각에, 책 표지의 영어표기를 찾아보려고 했으나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 인지 찾기 어려고 아직도 제목에 대한 의심이 풀리지 않고 있다.
썩 내키기 않는 책이었지만 그나마 『그녀의 정의』를 통해 아르헨티나라는 나라에 대해 한걸음 더 나아간 듯한 기분에 위안을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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