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 고독 창비시선 430
이경림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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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47년생 시인의 삶에 대한 성찰이다(태어난 연도를 밝히는 것이 어떤 선입관을 줄 수도 있지만 이것을 써야만 제대로 시를 읽는 방법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연도 표시함)

 

시집을 봤을 때 아 갑자기! 급하게! 고독해졌다는 뜻의 급! 고독(孤獨)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래 시에서 보니 기원정사(기수급고독원)의 건립비화에서 따왔다고 한다. 기원정사의 비화를  읽어야지 이 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까 싶어 찾아서 붙였다.

 

인생은 모두가 쓸쓸하지!  각자 삶의 모습은 다르지만 우리 모두는 고독속에서 살고 있고

그 고독을 온전히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기에 우리는 신을 찾고 전설을 읽는다. 

 

고독을 모아놓은 곳이 바로 이 세상이라는 것을 삶의 비밀을 알아차려버린 시인이 이야기로 전해준다.

 

그러니 우리 모두는 서로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자.

한사람이 다른 한사람을 보살핀다면 딱 한사람만을 위한 그 위로가 세상을 구원할지도 모른다. 내가 오늘 행하는 단 한사람만을 위한 기도가 온 세상을 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수급고독원

 

 흘러가는 구름을 기수급고독원이라 불러도 좋겠습니까

 산비탈 공터에 홀로 울울한 팽나무를 기수급고독원이

라 불러도 좋겠습니까

 우듬지 근처, 위태롭게 얹혀 있는 까치 둥지의 검고 성

근 속을,

 담장을 뒤덮은 개나리덩굴 아래 고양이처럼 앉아 있는

검은 줄무늬 돌멩이를,

 엄동에 종일 생선 리어카에 붙어 서서 떨고 있는 반백의

저 사내를,

 기수급고독원이라 불러도 좋겠습니까

 

 거두절미하면

 '급 고독'

 헐벗고 고독한 이들에게 자비를 베풀었다는

 이천년 전 어느 장자(長者)의 전설과 상관없이

 속으로 급히 꽃히는 말, 급 고독(孤獨) ·····

 급! 고독(孤獨)

 

 급전 쓰는 마음처럼 급(急)

 쓸쓸,

 쓸쓸함의 최고봉

 쓸쓸함의 낭떠러지!

 

 발치에 차이는 빈 깡통을 기수급고독원이라 불러도 좋

겠습니까

 이녁으로 몸 들이밀기 무섭게 얼어붙은 저 빨간 장미를,

 입 헤 ---- 벌리고 종일 똥 떨어지기 기다리는 저

변기를,

 기수급고독원이라 불러도 좋겠습니까

 

 천지에 널린 고독 사이를 흘러다니다

 급(給), 고독(孤獨)하여

 급(急), 고독(高獨)이 된 그를, 나를,

 

 기수급고독이라 불러도 좋겠습니까

 

 노을이 벌겇게 산등성이를 먹어치우던 저녁은

 고독을 나눠주기 알맞은 때

 저녁이 이녁에게

 급! 고독

 전보라도 날리기 좋은 때

 

 저녁의 장지문 안에서 한 그림자가 오래 먹을 갈아 천천

히 쓰기를,

 

 이녁은 비록 협개(挾塏)하나 천림(泉林)은 번울(繁鬱)하

고 인벽(人壁)이 사방 구만리(九萬里)니 가히 고독(高獨)의

가람(伽藍)을 지을 만 하지 않은가*

 

* 기원정사(기수급고독원)의 건립 비화에서 빌려옴.

 

(Daum 백과 펌)

기원정사(Jetavana-anathapindasyarama)  祇園精舍  동의어 기수급고독원정사 

 

석가모니가 생존하였을 때 자주 머물면서 설법한 곳으로 초기 불교의 정사 가운데 가장 유명하며, 마가다 국 왕사성의 죽림정사와 함께 불교 최초의 양대가람이라 한다. 원래는 코살라 국의 기타 태자의 소유였던 동산을 사위성의 수달다 장자가 매입하여 정사를 지었다. 수달다 장자는 고독한 사람들에게 많은 보시를 베풀었기 때문에 급고독이라는 별칭을 얻고 있었다. 그는 동산을 뒤덮을 만큼의 금을 주고서 이 동산을 사들였으며, 이러한 그의 신심에 감동한 기타 태자가 동산의 일부를 무상으로 제공하여 함께 정사를 건립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기타 태자의 동산을 의미하는 기수와, 수달다 장자를 의미하는 급고독을 합해서 이 정사를 기수급고독원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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