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교육학신론 - 2016 개정증보판 수학교육학신론 1
황혜정 외 지음 / 문음사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아마 중등 임용을 위해 수학교사를 꿈꾸는 거의 모든 예비선생님들의 서재에 한 권씩 꽂혀있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개정증보판이 나오기 이전의 수학교육학신론을 여러 번 읽어본 사람으로서, 새로 나온 신론은 2018년부터 적용되는 2015 수학과 개정 교육과정과 몇 가지 세세한 수정 사항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전보다 훨씬 더 읽기 좋아진 것 같아요.

 

 수학교육학은 굉장히 흥미로운 분야입니다. 모든 학생의 기억 속에는 수학교사가 있었고, 혹시나 아주 조금이라도 그 분이 나의 추억 속에서 흐릿하지 않다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수학교육학 자체에 관심을 가져볼만하죠. 그런 맥락에서 수학교육학신론은 일반적으로 수학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어떤 의문을 해결하고자 하는 건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처음 읽을 때는 알려져있는 사실을 전달해주는 것처럼 쓰여 있어요. 아마 생각했던 것과는 매우 달라서 실망한 사람도 더러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수학교육학신론을 좋아하는 한 독자이자 학생으로서 참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처음으로 이 책을 읽는 것은 대학교 1학년 수업에서 였습니다. 전공 서적. 그리고 시험을 위해 달달 외워야 하는 수학교육학의 '바이블'.  그게 첫 이미지였고 굉장히 강력했다는 건 부정할 수가 없군요. 저한테는 마치 교과서처럼 느껴졌으니까요. 그리고 전공 수업이 끝나자 한동안 덮어버렸습니다. 다시 집어든 것은 수학교육에 대한 오묘한 관심이 몽글몽글 자리할 무렵이었습니다. 그토록 달달 외우던 책이 다시 집어들자 그 기억이 살아나는게 참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혼자 가만히 읽어보고 책을 덮었을 때 수학교육학은 내가 알던 세계와는 달랐습니다. 

 이 책이 담고 있는 교육과정의 변화 방향과 새로운 교육과정의 취지, 역사를 통해 바뀌어 온 대한민국의 교육의 거대한 변혁의 바람은 글자 속에 숨어서 흐르고 있습니다. 그 당시의 사회상이 어떠했기에 교육의 목적 또한 그에 맞춰지는 것. 이를 수업을 통해 구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각종 이론들과 그 주인들. 이를 이용해 수업 현장에 적용하는 것을 상상하고 그로 인해 학생이 어떻게 바뀌어갈지 고민하는 것은 읽는 사람의 몫이 아닐까 싶습니다.

 

 학생들이 당연히 가지고 있을만한 질문이자 제가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기도 하고, 동시에 가장 슬픈 질문이 "수학을 대체 왜 배워요?" 입니다. 맞아요. 

 교사가 100명이 있다면 교수 방법은 100개가 있다는 말은 참입니다. 수학을 오래 공부한 사람, 그리고 깊게 탐구한 사람이 정말 힘들게 공부해서 임용에 합격을 했어요. 그만큼 그 사람은 항상 벽에 부딪혔을거에요. 왜 대체 내가 이걸 하고 있어야 하는거지. 누구보다도 예비교사들이 가장 많이 가지는 의문입니다. 저도 그럽니다. 수학교육을 전공하면서 정말 수백번으로는 모자랄 정도로 생각했어요. 내가 그 이유를 모르는데 어떻게 학생을 가르치겠습니까, 어떻게든 답을 찾아내야죠. 그걸 뭐라고 답하느냐에 따라 수업은 수십 수백가지의 형태가 생깁니다. 수학을 배우는 필요성에 대한 모범답안은 없습니다. 있었다면 수학교육학자 한두명으로 수학교육학의 역사가 끝났겠죠. 누구의 연구에서 영향을 받았다... 그래도 달라요. 서로 대비되는 관점을 가진 사람들도 있고 진짜 참 다채롭습니다. 왜일까요? 저는 수학을 어떻게 바라봤느냐에 따라 그 차이가 결정된 거라고 봅니다. 특히 실용성과 (국가)경쟁력같은 건 그 일부라고 생각해요. 가장 눈에 보이기 쉬운 것이고 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답변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전공책은 답을 가지고 있지요. 텍스트에서 찾아내거나, 아니면 직접 알려주거나. 어떤 형태를 취하건 답을 찾게 해줍니다. 하지만 교육학을 다루는 책을 답을 알아내기 위한 목적만으로 읽는다면 참 재미없으리라 보장합니다.

 교사는 수십, 수백개의 우주를 만나는 사람입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다 하나의 우주이고 세계에요. 교사는 태초의 그 혼돈을 아름답게 풀어내도록 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학창시절의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 때 그 사람이 이렇게 가르쳐 줬다면 좋았을 텐데, 내가 교사가 되어서 이 기법 참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수십의 학생을 눈 앞에 두고 내 지식을 줄줄 읊는 것을 누가 못하겠습니까. 무엇을 가르치냐가 아니라 어떻게 가르치느냐가 중요하다고들 말하죠. 그 가르쳐야 할 "무엇"은 이미 교육과정에 제시되어 있습니다. 정해져 있어요. 내가 선정한다고 해서 선정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것을 어떻게 학생들이 유의미하게 알게 하느냐. 좋은 수업을 어떻게 꾸려나갈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교과 지식만으로는 불가능하겠지요. 그 기반이 되고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바로 수학교육학이고 이 책은 그 학문만을 담백하게 담고 있습니다. 이 책에 제시된 사실들을 통해 자신의 교직관을 세우고, 생각이 같은 수학교육자를 찾아보고 공감도 하고 소통도 하면서 깊게 읽어보세요.

 이 책은 수학교육에 대한 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아, 임용 문제를 풀기 위한 답이야 제시되어 있을지도 모르죠. 수학교육을 하려는 사람이 학생을 문제를 풀기 위한 알고리즘, 그리고 그 답을 찾도록 훈련만 시키는 건 좀 슬픈 일입니다. 그러니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거 아닐까요. 수학 교사 자신이 먼저 훈련의 고리에서 벗어나야겠지요. 많은 생각을 하고, 자신이 걸어갈 길을 직접 내고 닦으면서 만들어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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