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마리아 그림!""마리아 그림이요?""응, 파란 옷을 입은 여인이 성모마리아고 하얀 꽃은 커피 꽃이야.""커피 꽃?""그래, 지금 우리가 마시고 있는 커피의 꽃, 커피나무가 꽃을 피우면 재스민이랑 비슷한 향기가 난대. 아무튼 그럼 마리아 그림을 보고 쓰러졌다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거네? 굉장하다! 마리아에게 선택받은 화가야."
"파리에는 왜 왔어?""당신에게 죽으려고."그는 깊은 녹색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아냐.내가 당신에게 죽으려고 왔어."그가 언제 자취를 감추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농후한 모카 마타리 향이 퍽 오래 곁에 머물러서 그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얼른 알아차리지 못했다.그는 홀연히 사라지지 않고 서서히 사라져갔다.날마다 내게서 시나브로 사라져가다 마침내 소멸했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현대 악기가 하얀 종이에 검은색으로 음악을 그린다면 고악기는 검은 종이에 흰색으로 음악을 그린다."어느 날 공연한 호기심이 생겼다.스미레 씨와 렌게 씨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행복한 날이 많았을까, 불행한 날이 많았을까?하루는 날씨 얘기를 하듯 대수롭지 않게 두 자매에게 물어보았다."두 분은 삶이 행복하세요?""그럼요. 행복해 보이지 않나요?"겐게 씨가 간결하게 대답했다.렌게 씨의 우아한 어미가 진한 커피에 떨어뜨린 우유 한 방물처럼 침묵 속에 녹아들자 스미레 씨가 입을 열었다."나는 이블 속에 들어가 잠을 청하는 밤이면 그날 하루도 행복하게 보냈다고 생각해요. 그런 날들의 연속이 인생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요즘 들어 푹 잠든 날이 언제 였는지 떠올려보려 했으나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쓸데없는 질문을 하는 걸 보니 하루카 씨가 행복한 삶에 대해 고민이 있나 보군요."
사람들은 불행에 처해서야 비로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지배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깨닫게 된다.
나는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했습니다.그리고 마음속에 쓰라린 고통을 느끼며 우리의 사랑을 방해한 모든 것이 얼마나 쓰잘 데 없고, 하찮고, 거짓된 것이었는지 깨달았지요.사랑을 할 때는 그 사랑을 논하면서 일반적인 의미의 죄나 선, 행복이나 불행보다 더 중요하고 가장 높은 것에서 출발해야만 하고, 그렇지 않으면 절대 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습니다.
젊었을 때에 젊었던 사람은 행복하다고 셰익스피어도 말했어요.
이 세상엔 많은 의견들이 있는데, 그중 태반은 불행을 겪지 않은 사람들의 의견인 것이다.
마음속에 한번 자유의 정신이 깃들면 그 무엇으로도 그걸 긁어낼 수 없는 법이지.
"저는 옛날에 어떤 사건을 통해서 제 자신이 스스로에게 멀어지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었습니다. 나 자신이 두려워졌어요.그래서 그런 자신을 떨쳐버리려고 스님이 되었기 때문에 그다지 동기가 좋았다고 할 수 없지요."
"그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가 저를 떠나려고 하는 것은 일시적인 감정일 뿐이에요. 나중에 분명 후회할 겁니다. 그에게 이걸 이해시키려면 그와 대화를 나우어야 합니다."
"서쪽 출구의 지하에 있던 사람은 홈리스뿐이 아니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