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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 - 몸에 관한 詩적 몽상
김경주 지음, 전소연 사진 / 문학동네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clavicle에 빗물이 고이는 사람이 있다.
마르고 아름다운 몸의 선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보통 비만인 사람에게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몸의 리듬은 선과 골격의 리듬이다. - 책 중에서

쇄골..
언젠가 s는 전철 안에서 물끄러미 내 얼굴을 바라보다 말고는 “있잖아,오빠.. 거기에 샤워할 때 물이 고이지 않아?”하며 뜬금없는 질문을 한적이 있다.
“글쎄 거울을 보지 않는 이상 내가 바라볼 수 없지 않나? 그런데 왜?”
“오빠 목에 튀어(Adam's apple, 갑상연골) 나온 부분도 재미나지만 거기가 움푹 파여 있는 게 더 신기해.. 한번 만져보자..”
"약간 변태 같아.. 이상해...."
그 땐 뭐가 그리 흥미로운지, 어떤 이유로 쇄골에 매료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 아이는 적어도 내 몸에 대해서 나보다 더 관심 있어 했던 것이 분명하다.
이 책을 읽다 보니 흥미진진하게 여러 가지의 느낌들이 와 닿는다..
미인이란 말은 분명 오래 전부터 색시함의 한 아이템이 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쇄골보다는 눈(특히 반달 모양의 크고 서글서글해보는..)과 엉덩이라인이 제일 매력적으로 느껴지긴 하지만..
어쨌든…… 책을 덮고 나서는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해부학을 공부하거나 근골격계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작가의 문학적 감수성적인 측면이 아닌
sternoclavicular joint, acromioclavicular joint가 떠오를 것이고..
deltoid, trapezius, Subclavius, pectoralis major, sternocleidomastoid muscle등의 근육들이 연상될 것이다.
사물과 인체를 바라보는 시선에 있어서 작가와 같이 깊은 애정으로 견지하는 방식과 문학적으로 포착해낼 수 있는 재능은 무척이나 진지하면서도 흥미로웠다. 어쩌면 외형적인 한 부분만 바라보고 그 깊은 이면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관심 있게, 개성 있게, 그리고 즐겁게 관찰할 수 있는 관점과 또 다른 재미를 던져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것은 특수한 시점이 아닌.. 우리가 잊고 지내는 중요한 한 부분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