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는 그 결연한 태도에 일종의 공포를 느낄 정도였다. 남자의 자존심이고 뭐고 다 잊어버리고, 다 팽개치고, 요코 앞에서 맹세를 하고 있는 기무라를 감쪽같이 속이고 있다는 생각을 하자. 아무리 요코라도 양심 한구석에서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 같고도 예리한 통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보다도 그 순간에 요코의 가슴을 짓누르듯이 조여온 것은 강렬하고도 끝없는 불안이었다. 기무라하고는 아무래도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런 기무라에게... 요코는 물에 빠진 사람이 해안가를 찾듯 사무장을 떠올렸다. 남자라는 존재가 여자에게 미치는 힘을 새삼 강렬히 느꼈다. 이 자리에 사무장이 있다면 얼마나 더 용기가 났을까? 그러나... 될 대로 돼라.. 어떻게 해서든 이 중요한 고비를 넘기지 않으면 내 인생에 더 이상 희망은 없다. 요코는 발칙한 반역자의 심정으로 기무라의 caress를 받을 경우의 몸과 마음의 자세를 궁리하고 있었다. -20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