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배경을 단순화하여 이해한 셈 친다. 나의 이 해석 역시 자신이 이해할 수 있도록 사태를 단순화한 것에 불과하지 않을까.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부분을 잘라 냄으로써 개운함을 느끼는 것에 불과하지 않을까.-338쪽
애당초 니토를 둘러싼 수많은 증언 자체가 그렇다. 그 증언들은 죄다 주변인들의 주관에 지나지 않았다. 상대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보지 못하기 때문에 인간은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남을 본다. 어떤 사람은 니토를 선한 사람으로 보았고, 어떤 사람은 이상한 살인귀로 보았다. 그리고 가짜 쇼코를 니토의 동급생으로 착각하고 두 사람이 짊어진 트라우마를 알아내어 니토를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전부 나라는 필터를 거친 허상이다. 허상은 허상일 뿐 진실은 아니다.-338쪽
세상에는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이 있어요. 실은 거짓말인데 자신은 진짜라고 굳게 믿으니까 그 사람의 기억 속에서는 사실인 거죠. 정색하고 거짓말을 해서 난감하거나 기가 막혔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322쪽
흔히 한 일은 증명하기는 쉬워도 하지 않은 일을 증명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원죄 사건의 제조사가 힘든 것은 그 때문입니다. 설마 저 자신이 그런 상황에 처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215쪽
속단에 빠진 사람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다. 인간은 자신의 기억조차 상황에 유리하도록 바꾸는 법이다. 그럴 가능성을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나카자토 씨의 증언은 신뢰가 갔다.-173쪽
선생님을 책망할 생각은 없어요. 선생님이 아니라 세상 사람 이야기를 하는 거라고요. 세상 사람들은 모두 이해하기 쉬운 스토리를 원하죠. 이해하지 못하면 찜찜하거든요.-325쪽
이해가 가지 않으면 불안하죠. 책을 둘 공간이 필요해서 아내와 딸을 죽였다든가. 일 년 후의 승진을 기다리지 못해 사람을 죽였다는 건 도대체 영문을 모를 이야기에요. 그렇게 이상한 사람이라 해도 쉬운 트라우마가 존재하면 받아들일 수 있어요. 선생님의 책을 읽은 사람 사람은 모두 '아아. 그랬구나'하고 안심하면서 책을 덮지 않을까요?-3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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