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심에 감정이 계속 흐트러지다 보니, 공포가 버릇이 되고, 피와 살이 되어 몸에 스며들었습니다. 지금 그애는 공포를 갈구하고 있습니다. 공포가 몸의 일부가 될 정도로 침식해 있기 때문에, 그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스스로 공포를 갈구할 정도로 병적인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런, 나중에 알아보니 그 의사 인턴이었어. 이런 시설에 있다고 해서 아이를 무슨 실험 도구 정도로 생각하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
"내가 가닌 책은 좀 심각하고 어두운 것뿐인데." "글쎄, 왜일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싱긋 웃었다. "그럭저럭, 구원받는 기분이 든다고 할까?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이 세상 힘들게 살아가는 게 나만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고."
"옛날에 누가 사산 때문이 아니냐고 한 적이 있어. 그때의 충격으로 섹스 자체가 싫어져서 거부하는 게 아니냐고. 어떻게 생각해? 인간이 그렇게 간단할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참 이상한 사람이 많아. 그럴 필요도 없는데 일부러 자신을 망치는 사람. 그 사람도 그래.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뭐가 그리 만족스러운지 멍청이처럼 웃더라. 그 사람 인생에 어떤 계기가 있어서였을까, 환경 탓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그렇게 되고 싶었던 것뿐이었을까." "파멸하고 싶은 느낌, 그런 거 있잖아? 쥐가 집단 자살을 하기도 하고, 그런 본능 같은 것이 사람에게도 입력되어 있을지 모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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