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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문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홍은주 옮김 / 책세상 / 2022년 5월
평점 :
138회(2008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젖과 알'의 작가 가와카미 미에코(川上 未映子)의 장편 소설로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심에 올랐던 작품이다.
몇 년 전 국내에서 활동중인 일본 여자 방송인의 AID(배우자 관계가 아닌 인공수정; 실제 일본에선 AID 또는 SNS를 통한 정자 제공이 확산되고 있는 사회 현상과 그에 따른 사건, 배경, 문제점들에 대한 방송들이 지속적으로 방영 및 보도되고 있다)와 출산에 대해서 지나쳐가는 미디어 보도로 얼핏 알고 있던 부분을 이 소설을 통해 진지하게 확인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생명의 의미와 윤리, 출생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수 있었던 개인적으로 의미있는 독서 체험이었던 작품이었다.
또... 남들처럼 결혼도 못하고 그리고 그렇기에 아이도 없는 상황의 내가 바라보는 인물들과 이 작품의 테마, 나쓰의 고민과 결의가 내게 묻는 질문은 (지금의)내가 느끼고 그리고 알고 있는 것과는 당연히 전혀 다른 상상조차 못해본 성질의 것이었고 또 나와는 사실상 관련없는 문제라고 생각했었기에, 내가 선택하지 못했던, 걸을 수 없는 길의 다른 풍경이었기에, 체념하던 부분이라 의문도 없었고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좀처럼 알 수 없는 문제였기에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읽는 이에 따라 이 작품에서 비춰지는 단면들은 수도 없이 다양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던....
이 소설은 189페이지 까지의 1부, 이후부터 570페이지 까지의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이한 점은 1부는 14년전의 소설 '젖과 알'의 내용(가슴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상경한 빈곤한 생활 속의 언니 마키코와 조카 미도리코와 보내는 3일간)과 보태어진 내용을 제외하면 같고,
2부에서는 전작과 같은 등장인물 중 소설가인 나쓰(나짱)가 주인공으로 '젖과 알'에서 8년 뒤인(당시 38세였던 언니 마키코의 나이로) 시점으로 변화가 있었다.
전작이 좀 생소한 형태로써 '여자인 것'에 대해 이야기되고 있었다면 이 작품에선 그 다음의 출산과 태어난다는 것에 대한 다양한 담론들이 펼쳐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좀 특이한 감상이지만 어딘지 모르게(아마도 빈곤한 생활 속 엄마의 엉뚱한 모습과 더해져서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안정적이지 못한 생활 속에서 성 그리고 신체변화에 대해 위화감을 크게 느끼던 딸의 이야기였기에) 안도감도 들고 반갑기도 했던(미도리코와 마키코는 다행히 잘 살고-지내고- 있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1부는 '젖과 알'의 내용이 살짝 보강되었을 뿐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작가 그리고 이 작품을 처음 접하는 독자중 예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작품 '젖과 알'의 내용이 혹시 궁금해진다면 이 책과 1부와 같은 내용이니 별도로 구입하거나 읽어볼 필요는 없다.
망설이지 않고 권해주고 싶은, 우리의 삶(특히 여성의 인생)과 행복을 다양한 배경과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이기에 내 기준의 틀로도 편협하게 정리하고 싶지는 않다.
작가가 AID에 대해서 철저하게 깊이 있는 조사를 바탕으로 그려낸 작품이라 읽으면서도 일본사회는 이미 이런 현상까지 실제한다는 것에 놀라움과 호기심을 가지고 읽을 수 있었고 소설 속 인물들(젠 유키코, 아이자와..)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추체험할 수 있는 또다른 세상(앞으로 우리 사회에도 다가올) 이야기를 직접 만나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