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달
박주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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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모든 것이 뻔하다.
대충 어떻게 될지 모두 알고 있다.
오늘이 될지 내일이 될지 모를 투항의 그날까지는,
그래도 파닥거리는 저항의 몸짓을 보여야 한다는 것.
그래야, 먼 훗날 자기 자신에게 순순히 항복하지는 않았다고, 나름대로는 끝까지 저항하다가 여기까지 끌려온 거라고 말할 수 있을 테니까.

밀린 거지.
밀리고 밀리다가 마침내 사라진 거지.
버티고 버티다가 사라지는 거.
그래, 그런 거...

할 수만 있다면, 우연이 끌고 가는 내 삶을 필연으로 정리하고 싶다.


어쩐지 나는 한 번도 이 위치를 벗어나본 적이 없었던 것만 같다.
견딜 만한 실망과 무책임한 희망을 남겨두는 일, 그렇게 내 삶은 오래도록 멈추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는 것과 사는 일은 다를지도 모른다.
내가 믿는 것처럼 될 수 없을 수도 있고, 내가 아는 것처럼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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