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 타임 아이스
야마다 에이미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08년 7월
절판


"DON'T."
"DON'T,뭐?"
내 마음에는 벌써 공식이 완성되어 있다.
2sweet + 2be = 4gotten
(Too sweet to be forgotten.)
"스푼, 잊기에는 너무 달콤해."
"나, 계산 못 해."
그런 건 벌써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스푼은 나라는 아주 작은 칠판에 수식을 썼다.
그것이 장난을 좋아하는 아이의 낙서였단 말인가.

만일 그가 내게 범한 죄가 있다면, 그것은 내 마음에 기억을 남겼다는 것이다.
나는 여태 기억에 남는 그런 사랑을 몰랐고, 기억에 남는다는 것 자체를 증오했음에도.
이제 자신이 없다.
그가 내 눈앞에서 사라짐과 동시에 그에 대한 기억을 지울 수 있을지. 왜 지금 그런 생각을 하는 걸까.
스푼이 도저히 구제할 길 없는 멍청이로 곁에 있을 때 내게는 아무 걱정거리도 없었다.
그것을 하나의 필연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음에도.

나는 처음으로 스푼을 만난 날 밤을 떠올렸다.
엄청나게 서둘러 사랑을 나누었던 그날의 감동이 응고한 채 몸에 남아 있다가 그 윙크와 동시에 캡슐이 녹아들듯 내 마음에서 약효를 보이기 시작했다.
한쪽 볼을 일그러뜨리는 깊은 맛이 나는 움직임. 그것이 내 열병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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