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둑 2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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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이 암페르 강을 따라 둥둥 떠내려갔다.
한 소년이 강물에 뛰어들더니 책을 따라잡아 오른손에 움켜쥐었다.
소년은 싱긋 웃었다.
소년은 허리까지 오는, 얼음처럼 차가운 12월의 물에서
몸을 일으켰다.
"뽀뽀 한번 어때, 자우멘슈?" 소년이 말했다.


나는 책도둑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아름다움과 잔혹에 관하여.
그러나 내가 말할 수 있는 것들 가운데 그녀가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나는 내가 늘 인류를 과대평가하는 동시에 과소평가해왔다고 설명하고 싶었다.
그냥 평가만 한 적은 거의 없었다고.
나는 어떻게 똑같은 일이 그렇게 추한 동시에 그렇게 찬란할 수 있냐고, 말이라는 것이 어떻게 그렇게 저주스러우면서도 반짝일 수 있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말들은 하나도 내 입에서 나오지 못했다.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리젤 메밍거를 돌아보며 내가 진정으로 알고 있는 진리 하나를 말하는 것뿐이었다.
나는 그것을 책도둑에게 말했고, 지금 당신에게도 말한다.

나는 나를 떠나지 않는 인간들에게 시달린다.

오늘밤에는 아빠가 나와 함께 앉아 있었다.
아코디언을 가지고 내려와
막스가 앉곤 하던 자리 가까운 곳에 앉았다.
나는 아빠가 연주할 때면 손가락과 얼굴을 자주 본다.
아코디언은 숨을 쉰다.
뺨에는 주름이 있다.
주름은 잡아당겨놓은 것 같다.
왠일인지 그 주름을 보면 울고 싶어진다.
슬프거나 자랑스러워서 그런 건 아니다.
그냥 주름이 움직이고 바뀌는 모습이 좋다.
가끔 아빠가 아코디언 같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아빠가 나를 보고 웃고 숨을 쉬면 음악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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