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의 역사
박주영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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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말한 적 있나요?
사랑한다고, 너 없이는 살고 싶지 않다고, 네가 내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말한 적 있나요?
목표를 정하고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하세요.
하지만 가끔하던 일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세요.
그리고 기억하세요.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인생이란 것을,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지나가고 거짓말을 하고 시간을 낭비해요.
시간은 흘러가고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고 모든 게 너무 빨리 지나가요."
셔플로 음악을 듣는다는 건 우연이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 것과는 다르다.
내 아이팟에 없는 음악을 아이팟은 나에게 들려줄 수 없다.
우리는 선택하기도 하고 선택하지 않기도 한다.

"나는 아직 내 아이팟의 죽음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그리고 다른 어떤 존재의 죽음도. 그것은 나의 첫 번째 아이팟이었다."

하얀 아이팟에 언니의 인생이 담겼다면 우리가 끊임없이 지우고 채웠던 아이팟 터치에는 언니의 선택이 담겼을까?

언니는 자신의 인생으로 , 선택으로,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남겼을까.
여기에 남은 것들은 퍼즐이다.
이 퍼즐 조각들로 제대로 된 그림을 맞출 때 쯤이면 나는 언니의 나이가 되어 있을까?

언니는 자신의 아이팟은 이미 용량이 꽉 찼다고 했다.
무언가를 넣으려면 무언가를 지워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선택을 하는 게 요즘은 어렵다고 했다.
그떄 나의 아이팟은 아직 절반도 채워지지 않았다.
그것은 육십기가와 백육십 기가의 차이일 수도 있고,
삼 년 된 아이팟과 일 년 된 아이팟의 차이일 수도 있고, 언니와 나의 차이일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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