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제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누가 범인이든 좋아요. 아무튼 빨리 답을 알려주세요."
"평소 같으면 아무리 남이 밉다고 해도 설마 죽인다는 생각은 못할 겁니다. 하지만 그 협박장 때문에 그런 벽이 간단히 무너졌어요. 나쁜 짓이라는 자각을 하면서도 협박을 받았으니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이 면죄부가 되어 내 양심을 눌러버린 겁니다."
'내 마음을 뒤흔든 것은 그 영정 사진이었다, 그의 시선 끝에는 내가 있었다. 몇 년 전의 나, 아직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시절의 나, 참된 사랑을 알지 못하고, 상처 입는다는 것도 알지 못하고, 미워한다는 것도 알지 못했던 나이다. 호다카 따위에 마음을 허락한 나였다. 그 사진을 보고 있는 사이에 그런 옛날의 내가 갑자기 너무도 가엾고 그리워서 눈물이 쏟아질 뻔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전혀 알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지금 내가 한 말의 의미를 알아들은 사람이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