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3년 12월
구판절판


글쎄다.
실은 어디를 돌아다녀도, 아무리 책을 읽어도 아직 아무것도 모르겠어.
하지만 그게 인생이라는 거야.
늘 방황하면서 살아가는 거지.
다네다 산토카가 지은 하이쿠에도 있잖니?
'헤치고 들어가도 들어가도 푸른 산'이라는 시구가..

예를 들어 가지이 모토지로가 쓴 '어느 마음의 풍경'의 한 페이지에서는 이런 구절과 마주쳤다.
'본다는 것, 그것은 이미 그 무엇이다. 자신의 영혼의 일부분 혹은 전부가 그것으로 옮겨 가는 것이다.'
예전에 그 작품을 읽고 감명을 받은 사람이 펜으로 밑줄을 그어놓았다.
나 역시 그 부분에 공감했기 때문에 모르는 누군가와 마음이 통한 것 같아 기뻤다.

나는 10대 후반에 접어 들면서 인생의 참다운 가치를 찾지 못해 하루하루를 우울하게 보냈어.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그저 나 자신의 껍데기에 둘러싸여 지냈지.
자의식 과잉에 이상과 야심은 왠만큼 있었지만 실상 무엇 하나 가지고 있지 않은 텅 빈 인간, 그게 나였어.
이 세계 어디에도 내가 있을 곳은 없다는 느낌이었지.


길을 가는 사람들은 꺽꺽 울면서 걸어가는 나를 보고 참 이상한 여자군, 하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건 조금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지금 나는 울고 싶어서 울고 있는 것이고 이 눈물은 지금까지 흘린 눈물 중에서 가장 행복한 눈물이니까.

결국 사람이란 서로 진심으로 마주하지 않는 한 피가 섞여 있든 아니든, 같은 반이나 직장에서 몇 년을 같이 지냈든 아니든, 실제로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야 할 것이

다.
히데아키와의 일은 나에게도 책임이 크다. 그런 생각까지 새삼 하게 되었다.



뭘 특별히 잘 안다든가, 잘 모른다든가 하는 거하고는 관계가 없지 않을까요?
나도 대단하게 뭘 많이 아는 건 아니거든요.
그보다 한 권의 책과 만나서 그것으로 인해 얼마만큼 마음이 움직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닐까요?


어쩌면 모모코 외숙모는 그때도 그리고 5년 전에 집을 나갔을 때도 외삼촌이 그 장소로 그렇게 자신을 찾으러 와줄 것을 마음 한구석에서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찾아온 나를 보고 모모코는 그 자리에서 무너지듯 쓰러져 어린아이 같이 소리 내어 엉엉 울기 시작했어. 나는 그때 마음 깊은 곳에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았어. 눈물이 뚝뚝 떨어졌어.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 눈을 돌리고 있었던 것을 드디어 볼 수 있게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나는 모모코를 끌어안고 '가지 마'하고 몇

번이나 말했어. '나에겐 네가 필요해'하고, 그렇게 한 마디 말만 하면 되었을 것을 거기서 모모코를 만날 때까지 못했던 거야."

다카코 씨는 그 서점의 풍경과 무척 잘 어우러져서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그대로 가만히 내버려두고 조금도 움직이게 하고 싶지 않은, 그런 기분이 들었어요.
.... 그 모습이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아까도 다카코 씨가 책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바로 누군지 기억이 났던 거예요.
아, 그 서점 사람이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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