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문 6 - 재기편 청춘의 문 6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박현미 옮김 / 지식여행 / 2012년 3월
품절


나는 나의 과거를 매장할 마음으로 그 거리에서 살았던 거야.
그러니 그곳에서는 직업으로 일을 했던 건 아니었어.
이건 교만한 말일 수도 있어.
돈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밤의 세계로 팔려온 여자들을 보면 그렇게 느끼겠지.
하지만 그 세계에는 많은 사람이 있어.
나는 돈으로 충족되지 않는 고독감을 안고서 2초메로 들어왔었어.
그리고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적어도 시간이 정지한 것 같은 편안함을 느꼈고.


어떤 의미에서는 도스트엡스키나 그린 소냐 같은 영혼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인간세계의 부조리를 자신의 한 몸에 다 짊어지고 끝까지 하강하고 있잖아.
결코 상승하는 일 없이 언제나 하강 감각 속에서 살아가지.
그런 사람은 지금 같은 상승 지향의 일본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일 거야.
그런 점에서 우리가 잊어서는 안되는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과거의 영광을 잊기란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재기를 해서 새로운 출발에 도전한다는 것이 정말 힘들다는 것을 이 나이가 돼보니 알겠습니다.


'인간은 비극적이면서도 동시에 희극적인 존재다.' 이런 말을 오가타 선배가 했었어.
맞아. 인간이란 슬픈 존재야. 그러면서도 아주 사랑스럽기도 해.

그때가 언제가 될지, 그게 문제겠지.
인간은 자신이 늙어서 퇴장할 때가 지났는데도 좀처럼 물러나려고 하지 않는 점이 문제야.
선배들이 자리를 내려놓지 못하고 욕심을 부리는 모습을 난 자주 봐왔네.
그래서 내가 가진 걸 포기할 줄 아는 사람이 되자고 나를 항상 다독였지.


곡해, 시기, 교활함, 그리고 강한 자에 빌붙고 싶은 마음, 나약함, 모두 가난한 사람들의 기질입니다.
저는 제 자신 속에서 그런 것들을 보면 혐오감이 듭니다.
미도리 씨한테는 그런 게 없습니다.
그 점이 매력적입니다.

우선 아무리 애를 써본들 그런 기적은 일어날 수가 없어.
소설이라면 몰라도 민주주의 세상에서 계급이란 게 얼마나 철통같은데,
어디서 굴러먹었는지도 모르는 지방 출신의 가난한 학생이 재계 거물의 사위가 된다는 건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가 없아.
더군다나 나는 그런 걸 싫어하거든.


세상에는 많은 남자들이 있잖아.
나는 정말 물릴 정도로 남자들의 나쁜 면과 시시한 면을 봐서인지 남성 불신에 빠져버릴 것 같았거든.
그런데 신스케 오빠를 보니까 남자가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
남자들은 다들 자신감 과잉으로 잘난 척하고 싶어 해.
신스케 오빠처럼 겸손한 사람은 드물어.

인간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일이 안 풀릴 때는 뭘 해도 안 돼요.
그건 알고 있죠.
우리 아버지만 봐도 그렇거든요.
뼈 빠지게 성실하게 일하면서 한평생 한 사람이지만 쉰 살이 다 된 지금도 먹고사는 일로 허덕여요.
그에 비하면 이 집 주인 아저씨는 정말 엄청나죠. 이런 굉장한 차도 굴리고.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겠지.
내 앞날도 내가 너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할 자격은 없어.
단지 인생이란,
목표를 향해 노력한다고 해서 반드시 보답받는 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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