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는 할 말이 많겠지. 하지만 신스케, 그런 건 운이야. 그날 어쩌다 운이 나빴을 뿐이라고.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이 현재 약 7천만 명쯤 된다더군. 차량 보유 대수는 오토바이를 포함해서 8천만 대래. 그렇게 많은 차가 이 나라의 도로 위를 달리고 있어. 그러니 사고가 날 만도 하지. 대야 속에 유리구슬 몇십 개를 담을 꼴이잖나. 부딪치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고. 자신이 부딪기도 하고, 남이 와서 부딪기도 하고. 신스케 자네는 어쩌다 부딪는 쪽이 되었을 뿐이야. 그뿐이라고.
나는 객관적인 사실을 얘기하고 있을 뿐이야. 1억 엔짜리 복권에 연간 1만명이 당첨된다면 온 나라가 혼란에 휩싸이겠지. 그러나 교통사고는 그렇지 않아. 그 정도로 흔한 일이라는 거야.
"그 사람에게 전해요. 뒷마무리 하나 제대로 못하는 아이는 장난감을 갖고 놀아서는 안 된다고요."
"아,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어. 아무튼 난 그대로 그녀를 경찰에 넘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애정 때문이었다고 하면 폼이야 나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겠지. 하지만 그 순간에 타산이 작용했던 기억도 없어. 굳이 말하자면, 습성이라고 해야겠지." "습성?" "피고용자의 습성."
"가시나카 미나에가 죽어 갈 때의 눈. 생명이 꺼지기 직전까지 그녀는 집념에 빛을 번뜩였어. 삶에 대한 집착의 빛,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죽어야 하는 무상의 빛, 자신을 그런 꼴로 만든 상대에 대한 증오의 빛이었지.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렇게 끔찍한 눈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하지만 너희들은 중요한 것을 간과했어. 이건 비지니스라는 점이야. 넌 나 대신 교통사고의 죄를 덮어썼어. 그대가는 3천만이야. 거기에는 협박고 공갈도 아무것도 없어. 비지니스일 뿐, 그리고 비즈니스에는 서로를 신뢰하는 관계가 필요해. 그런데 3천만 엔에 끝난 일을 가지고, 이러니저러니 이유를 붙여서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인간과는 신뢰 관계를 쌓을 수 없지. 무슨 소린지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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