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프로덕션의 간판을 내건 가짜 프로듀서의아파트에는 200통이 넘는 이력서가 날아들어왔다. 내용을 본 야가미는 적잖이 놀랐다. 응모자 중 반이 편부나 편모 가정의 아이들이었다. 본인의 책임이 아닌 불행을 겪어 온 소녀들이 자신의 힘으로 꿈을 이루겠다고 응모했단 말인가? 이력서에 붙은 사진이 모두 환하게 웃고 있던 만큼 애처로운 마음이 들었다. 더욱이 그녀들의 얼굴은 아마추어인 야가미의 눈에도 하나같이 연예계 데뷔는 꿈도 못 꿀 수준이었다.
"그래요. 나쁜 놈처럼 생긴 사람은요, 양심의 갈등 때문에 나쁜 얼굴이 되는 거예요. 양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진짜 악당은 실은 평범하게 생긴 법이죠."
"살인이나 강간같이 피해를 회복할 수 없는 범죄는 별개야. 그런 짓을 저지른 놈은 엄벌에 처해야 해. 하지만 말이야. 사기꾼이라든가 좀도둑 같은 그런 놈들은 사랑스러워. 그래서 난 형사가 됐어." "어때서요?" "우리 아버지가 도둑질을 했거든." "아버지는 직장에서 잘렸다 뿐이지 경찰 신세는 지지 않았어. 직장을 잃은 아버지가 집에 돌아왔을 떄 어머니와 나, 여동생이서 어떻게 맞이해야 좋을지 당황스럽더군. 세상이 볼 때는 범죄자여도 우리한테는 자식들을 사랑하는 아버지였거든. 결국 어머니가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서 집 근처 레스토랑으로 갔어. 거기서 아버지의 취직 파티를 한 거야. 아직 다음 직장도 못구했으면서."
자신이 도우려는 상대는 약한 어린아이가 아니던가? 본인의 책임이 아닌 불행에 시달려 상처받고 무릎을 끌어안고 울 수밖에 없는 가여운 어린아이. 그것은 바로 자신의 과거의 모습이었다. 야가미는 깨달았다. 백혈병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일은 인생 최대의 도박이었다. 내건 것은 돈이 아니라, 있다는 사실조차 잊었던 자신의 자존심이었던 것이다. 친부모의 폭행에 의해 너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말만 듣고 자란 자신이,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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