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은 모르지만 말야, 짊어지지 않아도 될 것을 굳이 짊어질 필요는 없잔아."
뱀 마누라는 좋아, 아주 꼼꼼하지.
집안일도 잘 꾸리고 계산도 할 줄 알아.
밤일 또한 끝내주거든.
신경질도 안 부리고 무엇보다 말이 없어.
이야기를 들을 때는 잠자코 이쪽을 바라보는 그 눈이 커다랗고 흰자위는 맑기만 하지.
약간 고집이 있긴 하지만 인간 여자들처럼
감정만으로 고집을 피우지는 않아.
그저 몸 자체가 좀 고집스럽게 생겨먹었을 뿐이야.
그런 만큼 약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거든.
아이는 못 낳아도 알은 낳고.
물론 그 알은 뱀밖에 못 되지만 뱀이 그걸로 좋다면 나도 불만은 없어.
애당초 애들은 좋아하지도 않고.
몇 몇쯤, 여자나 남자와 마음이나 몸이 연결되었다든거, 한동안 날마다 디니던 곳에서 이 사람 저 사람과 밀고 당기던 일 따위가 몇 가지 떠오르긴 했지만 딱히 이렇다 할 만한 것은 없다. 단지 지금 떠오르지 않을 뿐이지 사실은 무의식 중에 잊어버리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싶기도 했지만, 철이 들고 나서 무의식중에 잊어버릴 정도라면 그다지 몰두했다고 하기도 어려운 일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