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갑자기 모든 게 현실적으로 보이기 시작하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제 어떻게 될까 문득 자문해 보면..."
"그럼 그떄부터 불안해지지. 난 심지어 이런저런 의무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해. 우린 인생이 뭘 뜻하는지 사실 아직 잘 모르잖아."
"아담은 늘 만족해. 저녁에 맥주를 마시고, 정원에 앉아 시가나 피우고, 그럼 이웃들이 울타리로 와서 말을 걸고.. 그는 심지어 이웃들과도 잘 통한다니까. 난 그런 점에 끌렸어. 그는 아무것에도 메이지 않았어. 그거 알아? 아담은 독특했어. 대학교에서 사귄 친구들은 죄다 조심성 많고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 사람들이었지. 하지만 아담은 완전 해방이었어. 그는 의견을 거리낌 없이 말했어. 하지만 이젠 늘 정원에만 앉아 있으니.."
"넌 모를 거야, 내가 여기 이 모든 것을 얼마나 만끽하고 있는지."라고 에블린이 말했다.
"다른 데서 살아 본 적은 한 반도 없었던 느낌이야."
몇 모금 빤 후 그녀는 담배를 눌러 껐다.
처음에 그녀는 그가 쓴 자신의 밀짚모자를 보았다.
아담은 펼쳐진 앨범을 악보처럼 들고서 거기 붙은 커다란 여자 사진들을 찢어내 불꽃 속으로 던져 넣었다.
서두르는 기색이라곤 없었다.
그는 페이지를 넘겨 다음 사진을 꺼내 불 속으로 던졌다.
사진 한 장이 다 타지 않고 펄럭거리며 위쪽으로 날아오르다가 이내 오그라들며 열기 속으로 사라졌다.
에블린을 가장 무섭게 한 건 그의 행동이 보여주는 규칙성과 차분함이었다.
...
갑자기 아담은 마치 그녀가 거기 서 있다는 것을 내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들어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 다음 모자를 도로 썼다.
에블린의 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
에블린은 자기 자신과 주위의 방을 보았다.
방은 실제 크기보다도 훨씬 더 커 보였다.
실로 거대해 보였다.
그녀는 방 한가운데 선 작고 알록달록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