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몸값 2 오늘의 일본문학 9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2월
구판절판


"설명은 잘 못하겠어. 그냥 직감이야. 자네는 저 데모하는 친구들하고는 질이 달라. 데모하는 학생들은 목슴을 걸고 하는 게 아냐. 아직도 부모 밑에서 어리광이나 피우는 주제에 무슨 혁명이고 나발이고 있겠어?"
"너 어째 어린애 같이 구냐? 하나하나 다 물어보네. 아무튼 이 세상에는 뒤로 뭐든 다 해주는 브로커라는 게 있다는 것만 알아둬."
"진짜 전쟁을 모르는 사람들은 패거리 짜는 게 좋아서 전쟁을 하는구먼."
"너는 걸핏하면 그런 소리를 하는데, 그래도 도쿄가 없으면 일본인은 기운이 쪽 빠져버려. 다소 불공평하긴 해도 지금은 일단 탑을 높직이 쌓아올릴 시기가 아니겠어? 옆으로 쌓는 건 나중에 해야지."
"내가 아들도 손자도 없잖아. 그러니 자네 아들이라도 안아보고 싶어. 혹시라도 잡힌다면 자네는 아무것도 안 했고 내가 다 했다고 할 거야. 그러니 권총 뽑은 경찰한테는 덤비지 마."

'남의 위에 선다는 것은 가장 겸허해야 할 일이지만, 지금 한껏 들뜬 일본에서 그런 것을 자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자본주의를 맹신하며 아지랑이처럼 바탕 없는 번영에 집단적으로 도취되어 있다.'
'400년 전에 지배자가 휘두르는 칼날에 순순히 굴복해버린 이 나라의 민족성은 참된 자유를 알지 못한 채 근대로 돌입해버렸다. 그래서 사회주의 운동도 탁상공론에만 그쳐버리곤 한다. 학생의 봉기도 어딘가 혁명놀이처럼 유치한 면이 있다.'
"도쿄 올림픽이 그저 보여주기 위한 급조된 번영을 바탕으로 거행되려 하기 때문이에요. 이 나라 프로레타리아는 완전히 짓밟혀 발판처럼 취급되고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그대로에요. 기걸 용서한다면 국가는 점점 더 자본가를 우대하겠지요. 누군가 반기를 들지 않으면 민중은 앞으로도 계속 권리를 받탈당한 채 살아야 합니다."

'권력의 편에 서게 되면 사적인 욕구에 따라 움직이는 민간인은 거치적거리고 열등한 생물로 보인다. 권력을 일단 손에 넣으면 그리 쉽게는 놓지 못하겠구나. 요컨대 세상은 윗분과 그렇지 않은 쪽으로 나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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