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은 잘 못하겠어. 그냥 직감이야. 자네는 저 데모하는 친구들하고는 질이 달라. 데모하는 학생들은 목슴을 걸고 하는 게 아냐. 아직도 부모 밑에서 어리광이나 피우는 주제에 무슨 혁명이고 나발이고 있겠어?"
"너 어째 어린애 같이 구냐? 하나하나 다 물어보네. 아무튼 이 세상에는 뒤로 뭐든 다 해주는 브로커라는 게 있다는 것만 알아둬."
"진짜 전쟁을 모르는 사람들은 패거리 짜는 게 좋아서 전쟁을 하는구먼."
"너는 걸핏하면 그런 소리를 하는데, 그래도 도쿄가 없으면 일본인은 기운이 쪽 빠져버려. 다소 불공평하긴 해도 지금은 일단 탑을 높직이 쌓아올릴 시기가 아니겠어? 옆으로 쌓는 건 나중에 해야지."
"내가 아들도 손자도 없잖아. 그러니 자네 아들이라도 안아보고 싶어. 혹시라도 잡힌다면 자네는 아무것도 안 했고 내가 다 했다고 할 거야. 그러니 권총 뽑은 경찰한테는 덤비지 마."
'남의 위에 선다는 것은 가장 겸허해야 할 일이지만, 지금 한껏 들뜬 일본에서 그런 것을 자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자본주의를 맹신하며 아지랑이처럼 바탕 없는 번영에 집단적으로 도취되어 있다.'
'400년 전에 지배자가 휘두르는 칼날에 순순히 굴복해버린 이 나라의 민족성은 참된 자유를 알지 못한 채 근대로 돌입해버렸다. 그래서 사회주의 운동도 탁상공론에만 그쳐버리곤 한다. 학생의 봉기도 어딘가 혁명놀이처럼 유치한 면이 있다.'
"도쿄 올림픽이 그저 보여주기 위한 급조된 번영을 바탕으로 거행되려 하기 때문이에요. 이 나라 프로레타리아는 완전히 짓밟혀 발판처럼 취급되고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그대로에요. 기걸 용서한다면 국가는 점점 더 자본가를 우대하겠지요. 누군가 반기를 들지 않으면 민중은 앞으로도 계속 권리를 받탈당한 채 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