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사랑 세계문학의 숲 32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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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무렵 그녀가 타고난 음녀라는 것을 절실히 느낀 적이 있었는데,
그게 어떤 점인가 하면,
그녀는 원래 다정다감한 성질이어서 많은 남자에게 맨살을 보이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면서도,
평소에는 그 맨살을 비밀스럽게 감출 줄도 알고 있어서,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사내들의 눈에는 결코 무의미하게 띄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누구에게나 허락하는 살을 평소에는 비밀스럽게 감추려는 버릇
이것ㅇ은 내가 보기에는 확실히 음탕한 여자가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려는 심리입니다.
왜냐하면 음녀의 살이란 그녀로서는 무엇보다 귀중한 '매물'이고 '상품'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열녀가 몸을 지키는 것보다 더욱 엄격하게 그것을 지켜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매물'의 가치는 점점 떨어져버립니다.

사람은 한 번 호된 꼴을 당하면 그게 강박관념이 되어 언제까지나 머리에 남아 있는 듯,
나는 아직도 전에 나오미가 나가버렸을 때의 그 무서운 경험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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