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라이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3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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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말한다.
어떤 일들은 용서받을 수 없다고,
혹은 우리 자신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용서한다.
언제나 그런다.

무슨 일이든 잘 풀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러니까, 세상 모든 일이 그에게 불리한 쪽으로만 일어나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삼진 아웃으로 모자라 이십진 아웃까지 당한다.
하지만 결국 나중에는 나아진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오래 살다보면 많은 문제들이 그냥 해결된다고.
선택된 사람들만 들어가는 모임에도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어떤 장애를 가지고 살았건 그 시기에 이르면 많은 문제들이 상당수 해결된다.
모두의 얼굴이 고통을 경험했다.
당신의 얼굴만이 아니라.

사람들은 어떤 생각들을 하지만 그것들은 이내 사라진다.
살다보면 그렇게 된다.
..
하지만 그날 아침 동이 틀 무렵 아버지는 그저 내가 들어야 할 말과 내가 머지않아 까맣게 잊어버릴 말만 해주었다.
아마 아버지는 그날 아침 은행에 볼일이 있어서 더 단정한 작업복을 입었겠지만,
예상했던 대로 대출금 상황기한을 연장할 수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했지만 경기는 회복되지 않았다.
우리를 부양하고 그 당시 지고 있던 빛을 갚으려면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다.
어쩌면 아버지는 어머니가 몸을 부들부들 떠는 것에 정식 병명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증상이 멈추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았을지도 모른다.
혹은 그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여자를 사랑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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