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한 시 - 120 True Stories & Innocent Lies
황경신 지음, 김원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0월
품절


기자생활의 초창기, 밤범신 선생을 만났을 때의 일이다..........................
인터뷰 내용 역시 까마득하지만 그후로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아마 작가의 감성이랄까 감수성이랄까 그런 이야기 도중이었던 것 같다.

좀 더 젊은 시절에는 내 머릿속에 수많은 나비들이 날아 다녔어.
그저 손을 뻗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잡을 수 있었지.
그런데 이제는 겨우 몇 마리만 날아다니는 것 같아.
애를 써야 한두 마리 잡을 수 있다는 기분이 드는 거지.

육체에 새겨지고 마음에 엉겨 붙는 것,
오고 싶을 때 왔다가 가고 싶을 때 가는 것.
제대로 익히면 말랑말랑하고 따뜻한 추억이 되기도 하지만,
방심하면 시큼한 냄새를 풍기며 끈적거리는 것.
그러나 기억이 빠져나간 시간, 장소, 물건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소유할 수는 없으므로,
우리는 그 시간과 장소에 존재한 적이 없었으며,
그 어떤 물건도 소유했다고 말할 수 없다.
기억을 잃어버리면, 가난해진다.
가난해지면, 쓸쓸해진다.

사랑 때문에 저지른 어리석은 짓을
모조리 기억할 수 없다면
당신은 사랑에 빠진 적이 없는 것입니다.
-셰익스피어,'당신이 좋으실 대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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