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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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그이가 온다.
오늘도 분명 쑥스러운 듯한 작은 목소리로 다정한 말을 듬뿍 선사해주겠지.
"요코가 좋아하는 사라시나소바 가게가 시내에 생겼대. 다음에 먹으로 가자."
"요코가 좋아하는 작가, 신간 냈더라. 그래서 사 왔지."
"요코의 캠핑카, 드디어 주방 수납까지 완성됐어."
요코, 요코, 요코....
한숨을 쉰다.
그이는 지난 15년간 내 이름을 몇 번 불러주었을까?
공기처럼 지극히 당연하게 들렸던 내 이름.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그이에게 '요코'라고 불릴 때마다 자그맣게 빛나는 행복감이 내 안에 쌀여가는 것이 화실히 느껴진다.
그저 평범하게 이름을 불러주는, 평범하지 않은 행복...
아, 이토록 멋진 것을 왜 좀 더 일찍 깨닫지 못했을까.
...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에, 내가 가장 많이 말했던 '당신'이라는 공기 같은 단어를 써본다.
당신에게.

우스카 바다는 지금도 예쁘던가요?
가을이나 분명 날치의 고소한 냄새가 마을에 가득하겠지요.
상상하면 그리워서 한숨이 나옵니다.
그 바다에 뿌려지는 순간 당신과는 이제 이별이겠지요.
부디 앞으로의 인생을 마음껏 자유롭게 살아주세요.
이번 여행은 내가 억지로 강행한 셈이지만, 앞으로의 당신에겐 당신만의 '한 걸음'이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 한 걸음을 내딛고 성큼성큼 멋지게 걸어주세요.
가끔 내 생각이 나면 가장 가까운 바다로 와줄래요?
나는 이 작은 섬 나라를 빙 둘러싼 채, 언제나 당신의 행복을 위해 기도할 거예요.
이제, 조금의 거짓도 없이 말합니다.
당신과의 만남이야말로 내 인생 최고의 기적이었습니다.
나를 만나줘서 정말 고마워요.
진심으로.
구라시마 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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