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전에 음식을 만들 때 내 마음이라 할 수 있는 '....' 속에 숨어 있던 잠재의식이 무엇인지 점점 짐작이 갔다. 그것은 감히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그런 마음이다. 사실 나는 누군가 거실에서 그 음식을 기다리고, 함께 먹어주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212쪽
인어공주가 그 사람들한테 '휴, 수영을 많이 해서 그런지 지느러미가 너무 아파요'라고 말한들 그 고통이 어떤 건지 모르는 것과 같죠.-239쪽
애정이 아니라면 남녀라는 상호관계는 모두 서로의 이용가치로 유지되는 것일까?-242쪽
엽소옹의 시로 그 차이를 표현해 보자면 '마당 가득 봄기운이 넘쳐나니 붉게 핀 살구꽃 한 가지가 담장 밖으로 살포시 고개를 내미네'와 '마당 가득 봄기운이 넘쳐나니 붉게 핀 살구꽃 가지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담장 밖으로 고개를 들이미네'의 차이랄까?-255쪽
나를 배신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마각을 드러냈을까? 아무리 바람피우는 데 일가견이 있는 고수라 할지라도 자신도 모르게 허점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만일 내가 좀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우리의 러브 스토리는 오로지 나 한 사람에게 바치는 무서운 재난 영화가 아니라 단순한 스파이 영화로 끝났을지 모른다.-2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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