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 컴퍼니 스토리콜렉터 3
하라 코이치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1년 5월
품절


내가 회사에 있었던 것에는 분명한 의미가 있다. 그것을 확인하고 다시 납득하기 위해 무의식중에 만들어낸 장치, 그것이 모조 회사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저, 아니 우리는 그런 도구를 갖추지 않고 스스로 돌아볼 수 조차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 애처롭기까지한 심정만은 세상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합니다. 그러니까....-246쪽

"왜 회사에 염증이 난 건가요?"
"회사라는 것에는 인간의 이기심이 그대로 반영되는 법이거든요. 그 이기심에 구역질이 났기 때문이죠."
그 이상 구체적인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234쪽

그야 물론 감상에 젖어 있는 면도 없지는 않다. 솔직히 말해서 그런 정도의 기분으로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감상만 갖고는 사람들이 여기까지 할 수는 없는 법이야.
우리는 인생의 전부였던 회사라는 것을 다시금 시물레이션해나가는 과정에서 마침내 어떤 사실을 깨달은 거다. 지금 이렇게 하고 있는 일은 우리가 모든 인생을 걸고 해왔던 회사 일을 검증하는 작업이기도 한 거야.
"컴퓨터 게임에서 말하는 롤풀레잉 게임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인간이 연기하는 극 형식의 심리요법 게임인데, 그것의 실체험적인 의미가 모조 회사에 있는 것이 아닐까요?"-123쪽

오늘날 관점에서 보면 회사 외곬로 회사에 들러붙어 살아가는 사람일지 모르지만, 언제 제거될지 알 수 없는, 먹느냐 먹히느냐 하던 그 시절에는 찰싹 회사에 들러붙어 분투하고 노력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아니 살아나갈 수조차 없었다..... 그리고 그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이윽고 고도 경제성장의 물결이 밀려오자 회사도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덕뿐에 가정에서도 가전제품을 잇달아 사들이고, 꿈에 그리던 마이카를 마련하고, 사나이 평생의 숙원 사업인 내 집도 마련하는 등 탄복할 만한 개인의 고도 경제성장도 달성했다.
"그 모든 것이 우리 같은 사람들이 회사에 찰싹 들러붙어 있었기 때문에 이루어진 게 아니겠니? 만약 우리가 매일 곧이곧대로 정시에 출퇴근하고 주말에는 어김없이 쉬고, 추석이니 설이니 황금연휴니 공휴일이니 유급휴가니 경조사니 병가니 하는 것들을 꼬박꼬박 챙기면서 가정이 우선이라고 주장하며 놀았더라면 지금의 일본은 어떻게 됐을 것 같으냐?"
그런데 마침내 풍요로운 시절로 만들어 놓았더니 이왕이면 큰물에서 놀겠다는 듯 대거 입사한 놈들은 어땠을까?-183쪽

정말이지 멋대로 아닌가? 처음부터 여유와 안정이 보장된 상태에서 가족주의니 여유주의니 사생활주의를 내세우는 거다.....
그래도 여전히 회사밖에 모르는 인간들을 조롱하는 풍조는 남아 있지만 두고 부면 알 거다.
먹느냐 먹히느냐 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인간이 어떻게 행동할지는 뻔하다. 겐조들을 비웃던 놈들도 똑같은 일을 되풀이할 게 분명하다.-18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