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놈! 어디서 아는 체야! 난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나서 두 번 다시 하지 말라고 한 건데 뭐가 잘못됐어? 네가 생각하는 그런 섣부른 동정이 한 인간을 망친다는 건 모르느냐."
"제가 무슨 섣부른 동정을 했다고..."
"그런 태도가 섣부른 거야. 본래 동정이란 것 자체가 섣부른 거라고. 잘 들어라. 신세타령이라는 건 도피란 말이다. 난 이런 처지니까 할 수 없다며 포기하고, 이런 처지니까 도와달라며 누군가에게 매달리기 위한 도피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런거에나 기대서 어쩔 건대? 젊을 때부터 신세타령이나 늘어놓는 근성을 가지고는 평생 신세타령이나 해대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마는 거야."-8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