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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백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는 시 있잖아? 난 그 섬이 꼭 스마트폰 같아. 연애하는 사람을 더 외롭게 만들잖아..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물 받은 책을 가장 먼저 읽는다. 선물 받은 목걸이를 그 자리에서 걸고, 선물 받은 반지를 반지를 눈앞에서 끼어본다. 선물이란 그것을 받은 사람의 마음을 확인하고, 그것을 준 사람의 욕망을 눈앞에서 실현시키는 것이다. 결국 책은 그것을 아직 읽지 않은 미지의 독자를 위해 존재하고, 읽히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잃어버렸다는 말은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전제하는 말이란 생각이 들어요. 잃어버린 지갑이나 휴대폰을 되찾는 일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니깐, 하지만 잃어버린 걸 다시 되찾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 그땐 정말이지 견딜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히게 돼요. 그 밤 트위터에 실린 글을 보고 충동적으로 아침 일곱시에 실연당한 사람들의 모임에 나갔던 것처럼 말이죠.
스스로의 삶을 관통하는 말은 하기 힘들다.
죄책감은 말의 껍질을 깨뜨리고, 분노와 슬픔은 껍질 안의 말을 짓눌러 부숴버리기 때문이다.
실연자들의 이야기를 그 섬세한 심리를 예리하게 포착해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리얼하게 표현해내고 있었다.
그 실연자들의 이야기들을 새롭게 고찰한 소설이었다 .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 모임...
제목부터 펼쳐지는 뭔가 색다른 실연자의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의 벽이 서로 소통과 치유의 문으로 작용하던.. 특히 상실의 공동체라는 표현 아주 인상적이었다.
이별후의 모습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무겁게 쏟아지기 직전의 검은하늘처럼 무겁고, 배반스러운 침묵과 정리될 수 없는 흐름들..
경험하고 경험했던 사랑과 갈망 그리고 두려움, 헌신과 이기심..
계속되는 반추속에서의 상대방, 그리고 나에 대한 실수나 잘못, 배신과 배반에 대한 변명과 정당화로 온 힘을 쏟아버리는, 소진시켜버리는...
그리고 현실 지각을 잃어버리게 되는... 마음은 과거에 머물러 끊임없이 추억에 맞닿아 있기만 하는....
그 순간들의 믿음과 약속을 끊이지 아니하게 회의하게 되는 과정들....
병적으로 그 순간들의 그 사람과의 관계 그 기억들만을 항상 면밀히 들여다보기만 하는 작업들이 아닐까?
하지만 그 이별과 헤어짐에 대한 진심과 진실은 이미 사라진 저편의 잡을 수 없는 흔적들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