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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 - 김별아, 공감과 치유의 산행 에세이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2년 5월
평점 :
요즘은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같다.
올해 역시도 너무나 더워서 그런지 아침에 깬 얼굴엔 항상 윤기가 없고 기운도 없는 것 같다.
매일 같은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어쩌면 그 한가운데에서 또는 구석에서 요즘 나는 표현할 길 없는 외로움에 풀이 죽어 있다.
얼마 전엔 기분을 전환할까 하고 여러 곳을 두리번거렸지만 오히려 마주친 사람들의 행복한 얼굴들이 떠올라 나만 홀로 남겨진 기분이었다.
별생각 없이 오디오를 켜서 경쾌한 음악을 들어보아도 음악소리만 울려 퍼질 뿐 왠지 따로 떨어져있는 기분이다..
문득, 산행을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머릿속이 너무나 복잡하던 몇 해전 매일 같이 몸 구석구석까지 취기가 도는 상태로도 지내보고 늘 현실에서 벗어나고만 싶어하던 때에.. 계속된 평온하지 않음이 반복되던 그때의 어느 순간 한 통의 전화통화에서 새로운 활력의 시작은 만나게 되었다. “산을 한번 타봐… 다 좋아질 거야.. 그리고 왜 사람들이 산에 오르게 되는지 알게될꺼야.. 속는 셈 치고 한번 해봐.. 필요하다면 주말에 같이 옆에 있어줄게..”
김별아 작가의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라는 에세이를 보니 예전 생각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이야기를 계속한다면.. 억누르질 못해 항상 불안하던 나는 아래턱에까지 힘을 잔득주고 모든 걸 회피하고만 싶어하던 때였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순간 그 한마디의 권유에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생에 그래프가 만일 있다면 나는 단연 그 그래프 속에서 여행이나 산행이 가장 평온한 체험을 하게 되는 차분하게 그리고 완만하게 유지되는 부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떤 경우든 우리는 살다 보면 우리 마음속에 인내심과 확신이 흔들리고 지치게 될 때가 있다. 그런 경우에는 꼭 여행이 아니더라도.. 여행자의 차림이 아니더라도 산행을 권해보고 싶다.
김별아 작가는 산행 그 자체에 초점을 두고 자연스러운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예측불허의 삶 속에 그 흐름 속에 지쳐있을 때 중심을 잡으려고 또는 중심을 잡지 못해 멈춰있을 때 산행을 통해 작은 마음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그것을 바라보면서 나와 만나는 소중한 경험.. 그리고 내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있던 느낌들을 차분히 바라보고 있으면 그 것 자체가 이미 치유와 희망의 시작일 것이다.
우리의 정해진 틀 안에서의 우리에게 부여되는 여러가지 의미란 항상 변화무쌍하다. 늘 같은 것 같으면서도 끊임없이 바쁘게 변화하고... 놓치지 않기 위해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는 우리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놓쳐버리게 된다.
책 안에서는 작가가 산행을 통해 느꼈던 새로운 에너지와 감각 그리고 그 안에서 발생하게 된 좋은 변화들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그리고 포근하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또한 작가의 부드러운 사유와 그리고 잠시 생각할 거리를 주는 삽화, 그곳의 간략한 지리정보와 위치, 한편의 온기 어린 시들이 어떤 생각의 향연 뿐만이 아닌 나를 어느 순간 같은 체험을 하게끔 권유해주는.. 다정하게 안내해주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조용히 아님 누군가와 평온하게 시간의 방해에서 잠시 벋어나 그 길들로 다시 걸어봐야겠네.. 깊은 눈맞춤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기대하며...’
85페이지부터 나와 있는 산너머 산, 삶너머 삶 챕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94페이지의 정현종의 시는 그 챕터를 위한 가슴아픈 한편으로 가슴에 와닿았다...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 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