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세스지 지음, 전선영 옮김 / 반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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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서비스로 영화를 보고 나서 같이 정리를 해볼까 하다가...

책을 읽은지 너무 오래되어서 잊어 버리기 전에 기록을 남겨본다^^

역자의 해설에도 나오지만 이 작품은 모큐멘터리 소설이다.

소설에서는 실제인 것처럼 제시되지만 실제로 대응하는 사건이 존재하지 않는 텍스트를 읽게 된다.

어떤 외부에서 발견된 실증적 자료로 서사화하거나 전문가나 관련자들을 통해 증거를 보고 있다는 태도를 보여줘서 그 형식적인 기법이 읽는이의 인식(진위 판단)을 교란 내지는 조작한다는 점에선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문학적에서는 무척이나 유효한 장치일 것이다.

뭐 소설이라는 장르자체가 사실 허구이기에 그게 무슨 큰 영향이 있겠냐고 묻는 경우도 있겠지만 작가의 실력에 따라 현실과 허구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만드는 힘이 다르니 제대로 걸려 들면 공포와 충격이랄까 그 설득력을 증폭시키는데 이만한 것은 없을 듯 하다. 적어도 독자의 호기심과 관심, 더나아가서는 신뢰?를 유도할 수 있다. 적어도 외형적인 신호를 무의식적으로 집어넣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호러라는 장르를 실생활에 밀착시켜 즐기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언제나 비슷비슷한 내용이 반복되어도 이 거리감에는 낯섦에 대한 기대와 흥미를 제공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시라이시 코지(白石晃士)의 팬으로 영화가 아니었다면 이 책을 구입해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라이시 코지는 일본의 대표적인 푸티지-모큐멘터리 감독으로 ノロイ 노로이 ‘저주’라는 작품으로 대표되듯 모큐멘터리, 파운드 푸티지의 대가이다. 소설에서 다루어지는 형식이나 틀이 완전히 시라이시 코지의 스타일인데 그가 이 소설의 감독이라하니 영화에서 연출이 이번엔 어떤 스타일로 내 기대를 교란할지가 더 흥미롭다... 설사 익숙한 스타일로 진행된다 해도 그가 만들어내는 호러 생성 방식에 불만이 없을 것 같다.

공포(호러)영화의 경우에는 타 장르들 보다 유독 보는 사람의 호러에 대한 수용력?이랄까 경험이나 취향적인 차이에서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상당히 큰 감각적인 그리고 평가적 차이를 보이는데 개인적으로 시라이시 코지의 특기인 *파운드 푸티지에 대한 애정을 가진 오래된 팬이라.. 더더욱...기대가 가득차 있다.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행방불명된 촬영자가 남긴, 또는 우연히 발견된 영상이 제시되는 영화 장르 및 기법으로 모큐멘터리 그리고 POV촬영이 결합되어 현실감을 조성함, 시라이시 코지의 특기이자 전문분야.

영화에서의 즉각적인 효과를 발생시키는 파운드 푸티지(영상, 사운드 등등)가 없이 텍스트로써의 물리적인 지표(소설 끝에 부록 사진이 있긴 하지만)가 없이 이 소설 어땠을까...

모큐멘터리를 수사적인 장치로 사용했기에 해석하고 채우려는 진행으로 읽어가다보면 별로 시간도 걸리지 않고 끝이 나있었다.

다큐멘터리 관습을 철저히 빌려 현실성을 높이는 정도에서 마무리되어 영화를 볼 때 처럼의 목격자로서의 즉각적 감정은 없어서 아쉽다면 아쉬웠던.. 어쩌면 매체의 차이라 당연한 것이지만...

소설의 다양한 조사와 수단들 그리고 인터뷰 수집자료들을 파편적으로 수록하고 여러층으로 결합하여 나름의 현장성과 다큐의 합리성을 모방하던 부분은 괜찮았다.

다만 나만 그런지 몰라도 증거를 적극적으로 조립해가며 해석 참여를 하기엔 살짝 힘이 빠지던..

결국엔 해설처럼 납득해야되는 결말은 내가 그토록 원하는 지속적 불안과 쥐가 날 정도로 머리에 해석적 공백을 남기는 방식으로 공포를 키워주진 못했다.


https://blog.naver.com/mix1110/22399924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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