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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의 것들 ㅣ 이판사판
고이케 마리코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8월
평점 :
존재의 불안을 동반한 공허나 고독으로 사회에서 소외되고 좌절된, 이탈된? 주인공들... 그리고 그들이 경험하는? 이형의 이야기들...
이해 불가능하고 표현하기에 충분치 않은(다르게는 묘사할 수 없는 정신적-정서적 붕괴) 것들을 이형이라는 것으로 언어화 시키면 묘하게 납득이 가면서도 깊은 여운이 스며든다.
무서운? 느낌에 대해서 좋아한다기 보다도 명명할 수 없는 그것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것이 또 있을까 하는....
등장하는 인물들의 고독(깊게 묘사되지 않기에 그게 또 이형에 대한 여운과 슬픔이 함께 한다, 그 이면에는 작가의 필력이 한 몫한다)과 기이한 사건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흐려질 때의 심리적인 공포를 그려내는(정서적으로 체감시켜주는)..
작가로써 이쪽과 저쪽의 기척 그 이음매로써의 역활은 아주 탁월하다.
살고 있는 환상과 죽고 있는? 기댈 현실이 파괴되는 환상을 너무 잘 그려넣어서.... 항상 감탄하는데, 말로 글로 포착 불가능한 부분에 대해서 이 언니 딱 안성맞춤의 공간에서 참 글 잘쓴다...
공포라는 것은 단순히 ‘이상한 존재’ 때문이 아니라 그 존재를 말할 수 없는 상태(상황)에서 발생한다... 우리에게 공포란 말해지지 못하는 실재가 상상 속에서 계속 증식할 때, 오히려 더 강력한 ‘괴이’로 자리잡는 것이 아닐까...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작가....
https://blog.naver.com/mix1110/223817917159
그렇게 나는 이승과 저승을 잇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음매 같은 것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 이음매에는 언제나 그 여자가 있다. 지금까지 일어난 많은 일들을 떠올려 봐도 여전히 영문을 알 수 없고 아무런 설명도 들은 적 없지만 지금도 온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 오싹해지곤 한다. 동시에 한없이 그립고 감미롭기까지 하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젊은 날의 아득한 정경이 거기 있다. 내가 죽어 재가 되면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타오르는 듯한 불길한 저녁놀이 비치는 창문에 이번에는 내 모습이 비쳐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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