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날, 그날……. 모든 것이 한순간의 일이었다. 그 순간의 연속 속에 모든 것이 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이 있다고 깨닫기도 전에 한순간은 사라지고 말았다. 순간은 영원이다. 영원이 순간이듯이.-142쪽쪽
우리는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별의 파편이다. 원래는 하나였던 별의 파편. 중력에 끌려가며 다음 순간, 빅뱅의 예감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파편. 홍이는 나를, 나는 홍이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143쪽쪽
"그래요. 일본을 좋아하죠. 우리 한국 사람들 중에는 일본 사람을 좋아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아요. 이 점을 사사에 선생도 알아주기 바랍니다. 선생이 쓴 한국의 친구, 일본의 친구의 유일한 결점은 아무래도 한일 양국의 역사를 공부해서 쓴 것 같은 부분이 눈에 띈다는 겁니다. 그야 역사를 체험한 적이 없는 선생한테는 당연한 일이고 잘 쓰셨다고 칭찬해야겠지만, 이런 의견도 있는 걸 알아주길 바랍니다." 나는 안도 히로시를 떠올렸다. 내 작품에 대해 분명한 의견을 말한 건 안도 히로시와 최한 두 사람뿐이다.-183쪽쪽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과 같은 입장에 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이란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 같으면서도 실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죠. 상대방의 마음을 제멋대로 거짓으로 꾸미는 게 보통이에요.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망원경을 들여다보며 나는 누구에랄 것 없이 이런 말을 털어놓았다.-240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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