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3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윤정 옮김 / 손안의책 / 2006년 4월
구판절판


다카노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정한 의미의 슬픔과 커다란 상실감을 느꼈을 때의 일이었다. 몸이 자신의 것처럼 느껴지지 않을 만큼 아파서 울었던 기억이 난다. 어린 다카노는 쉬지도 않고 울다 지친 끝에 고열과 구토까지 일으키며, 어린 마음에 이대로 가슴이 부서지지 않을까 걱정이 들 정도였다. 그 고통에서 자신은 일어설 수 있을까, 그것이 불안했다. 지금은 옛날 일이지만.
그때 만일 미즈키가 없었다면, 자신은 지금 이런 모습으로 살고 있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슬픔을 견디는 다른 방법을 배우고,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40쪽

"형도 나도, 앞으로의 일 같은 건 하나도 결정하지 않아도 되고, 가만히 있어도 다 엄마가 해주잖아. 그런 집에 태어나서 나는 행복하다고……."
히로는 넘치는 눈물을 훔쳤다.
"난 형이 그걸 부끄럽게 생각하는 거, 알아. 알고 있어."
스가와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히로는 콧물을 훌쩍이며 자신을 보지 않는 형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렇지만, 형한테 엄마가 있는 것도, 아빠가 있는 것도, 밥 먹을 걱정이 없는 것도, 히로가 불쌍한 것도…… 히로네 아빠가 없는 것도 전부 형 탓이 아니야. 스가 형 탓이 아니야."
히로의 말에 스가 형은 대답하지 않았다.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입을 다문 채, 조용히 허공을 노려보고 있었다. 히로는 슬펐다. 모든 것이 슬펐다. 스가 형에게서 눈을 떼고는 큰 소리로 계속 울었다. 그 때, 껴안은 다리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는 히로의 등에 갑자기 무언가가 덥쳐왔다. 코웃음을 치는 듯한, 비웃는 듯한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너 말이야, 자기 아픈 거보다 남 아픈 걸 먼저 알게 되면 행복해지기 힘들다?"-1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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